매일신문

[야고부] 유행어 제조기

지난 9월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를 정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IOC 총회장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를 지원하는 연설을 했다. 악화 일로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올림픽 유치의 발목을 잡을 상황. 한 IOC 위원이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의 심각성을 물었다. 아베는 "(오염수는)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에 찬 발언을 내놨다. 아베의 이 말로 IOC 위원들의 표심은 도쿄로 향했고 개최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아베의 발언은 일본에서조차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후쿠시마 원전 관리 책임을 진 도쿄전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도쿄전력은 "바다 쪽에 차수벽과 물엿 상태의 '수중 펜스' 등이 설치돼 있지만 오염수 유출을 완전 차단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이 설문 조사한 결과 일본 국민의 84%가 "'아베의 오염수 통제 발언'을 못 믿겠다"고 답했다. 아베의 '통제되고 있다'는 발언을 거짓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베의 이 발언이 일본의 '2013 유캔 신어'유행어 대상' 후보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지난 1984년부터 출판사인 자유국민사가 주축이 돼 1년 동안 생긴 신조어나 유행어를 골라 그 언어에 대한 인물이나 단체에 상을 주고 있다. 한 해 동안 화제를 낳은 50개의 신어'유행어 후보군을 골라 그중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후보군에는 아베의 발언 외에도 아베 정권의 막말들이 무더기로 올랐다. "나치의 수법을 배우는 것이 어떤가?"고 했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발언도 후보작 중 하나가 됐다. 아소는 지난 7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해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 정권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식의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돼 공분을 샀었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과 핵심 안보 정책인 국가안전보장회의도 이름을 올렸다. 국가 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와 외교, 첩보 행위, 테러 등의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을 최장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특정 비밀 보호 법안'의 '특정 비밀'과, 아베노믹스를 조롱하는 표현인 '아호(바보)노믹스'도 거론됐다.

상은 매년 12월 1일(토'일요일인 경우 다음 날)에 발표된다. 아베 정권의 막말 레이스가 최고의 신어'유행어가 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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