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업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경찰 단속이 어렵다. 단속이 되더라도 처벌이 가벼워 다시 영업을 하는 등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고개 드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달 22일 오후 4시 30분쯤 대구 동부경찰서 경찰관 10명은 대구 동구 효목동 왕복 4차로 길가 한 상가 2층(약 165㎡)을 덮쳤다. '00 게임랜드 PC BANG'이라는 광고판이 걸려 있는 건물 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성인 오락기 50대(1대 시가 50만원)가 있었고 30여 명의 사람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40, 50대 나이였고 그중에 주부 5명도 끼어 있었다.
이달 4일 게임장을 연 이곳의 업주 A(38) 씨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게임 프로그램을 불법 개'변조해 사용하다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검거 1주일 전에 A씨의 게임장을 찾아 게임 화면을 미리 촬영했고, 이를 통해 게임물등급위원회 조사관에게서 불법 개'변조 사실을 확인받아 검거에 나섰다.
동부경찰서는 25일 불법으로 게임을 개'변조한 혐의로 A씨와 종업원 B(38)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게임기 50대와 아이템카드 1천400여 개, 자동진행장치(일명 똑딱이) 50여 개, 현금 200만원 등을 압수했다.
이선규 동부경찰서 생활질서계장은 "사행성 게임장 업주들은 개'변조 전문가에게 맡겨 자신에게 유리한 승률로 게임을 조작해 서민들의 호주머니 돈을 노린다"며 "한동안 주춤하던 게임장이 다시 고개를 들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엔 대구 달서구에서 불법 게임인 '바다이야기'를 설치해 영업한 혐의로 4곳의 업주와 종업원 등 7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게임기 119대와 현금 470만원을 압수했다. 비슷한 시기 남구에선 영업시간(오전 9시~자정)을 지키지 않은 혐의로 13곳의 업주가 붙잡혔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은 2011년 632건에서 지난해는 789건으로 24.9%가 증가했다. 올해는 9월 말 기준으로 446건이 단속됐다.
◆지능화된 수법, 가벼운 처벌=최근 들어 수법도 지능화돼 경찰의 단속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게임장 문이 잠겨 있어서 접근부터 쉽지 않다. 외부에는 폐쇄회로TV를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한다. 신원을 확인한 후에야 게임장 문을 열어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단속을 하기 위해선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더라도 불법을 입증하기 어렵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게임기의 전원을 껐다가 켜면 불법 오락 프로그램 대신에 합법적으로 심의를 받은 게임으로 화면이 변경되게 만들어 놓는다. 불법 게임을 밝히려면 게임기 프로그램의 암호를 풀어야 하지만 해독이 어렵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단속 전에 미리 잠입해 불법 게임 화면을 촬영해 확보해야만 불법을 증명할 수 있다.
불법인 환전도 교묘하게 이뤄진다. 얼굴이 익숙한 단골손님 위주로 환전을 해주기 때문에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도 환전을 잘 해주지 않는다. 게임장 내에서 환전을 하지 않고 밖의 숨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를 붙잡아도 게임장 업주와의 연관성을 입증해야 처벌할 수가 있다. 이 경우 경찰은 전화통화와 계좌 내역, 주고받은 문자 내용 등을 확인한다.
어렵게 단속을 하더라도 처벌이 가벼워 과태료 등을 내고 다시 게임장을 운영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주는 경품지급기준을 어기거나 불법 개'변조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만 받는다. 영업정지를 당해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건 뒤 가처분 신청을 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판결이 나도 벌금이 100만~200만원, 많아야 500만원이다. 이는 게임장을 1~3일 운영할 때 벌어들이는 수익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시 불법 사행성 게임장 영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의 수요자인 손님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손님들은 단순히 게임장 내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론 처벌할 수 없다. 환전을 하더라도 환전해주는 사람이 불법이지 손님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현장 단속에서 적발된 손님들은 보통 신분만 확인하고 돌려보낸다.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대구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과거엔 바다이야기 같은 불법 게임을 하다가 최근엔 합법적인 심의를 거친 게임 프로그램의 승률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경찰이 어렵게 단속을 해도 업주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처벌이 가볍기 때문에 다시 구청의 허가를 얻어 버젓이 문을 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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