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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고향 그리고 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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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복판으로는 분말처럼 뽀얀 먼지를 날리며 신작로가 났다. 산 그림자 길어지면 나지막한 초가지붕 위로 저녁밥 짓는 연기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구수한 소여물 냄새와 향긋한 토장국 냄새 다투어 담을 넘었다. 우리는 앞산 등성이에서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놀았다. 산 아래까지 찾아나선 '누부야'의 "철아, 밥 먹어라!" 부르던 목소리는 얼마나 정겹던가. 군불 따뜻한 방에서 사르르 잠이 들 때면 멀리서 어린아이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아스라이 들려왔다.

향수 혹은 그리움으로 번역되는 '노스탤지어'는 그리스어로 귀향을 뜻하는 '노스토스'와 고통을 뜻하는 '알고스'의 합성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노스탤지어가 잘만 작동되면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며, 자의식이 강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상황도 훨씬 더 잘 견딘다고 한다. 기분이 나쁠 때나 우울할 때 혹은 외로울 때, 아름답고 따뜻했던 시절의 기억이 삶을 더욱 의미 있고 즐거운 것으로 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교양있는 무대뽀!'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 말은 내 휴대폰 '카카오 톡' 상태 메시지로 적혀 있다. 나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나 또한 지향하는 모토이다. 무지막지한 추진력을 가졌는가 하면 여린 감성도 보유한 저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 한 사람이 이 두 성격을 동시에 가지기가 어렵다.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둘의 공존 이유가 바로 노스탤지어 때문임을 알았다. 감상적인 면이 강한 의지력을 이끌어 내 오히려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가슴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겠지만 내겐 더욱 특별한 곳이다. 겨우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우리 집은 이사를 해버렸다. 어릴 적 놀던 아이들과 마음속으로 좋아하던 여자애와도 내 뜻과는 무관하게 헤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단절되어버린 유년시절의 추억은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치 이루지 못한 첫사랑 같은 애틋한 감정으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가끔 꿈속에 보이는 고향은 늘 맑고 순수한 동화 속 나라이다.

녹록지 않은 세상, 부지런히 뛰었다.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이라도 넉넉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마저 가난했더라면 아마 벌써 지치고 말았을지 모를 일이다. 영혼이 따뜻했던 시절의 노스탤지어는 나를 지탱해준 정신적 버팀목이자 에너지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 품과 같이 아늑하고 포근한 고향이 그리워진다. 비록 몸은 타관을 떠돌지만 마음은 늘 그곳으로 간다. 내 영혼의 영원한 안식처인 그곳으로!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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