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단이 보류선수 명단을 작성하는 이맘때, 확실하게 주전을 꿰차지 못한 선수들은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는 1군 무대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는 물론 한때 프로야구 무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도 예외가 아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건, 팀에서 나가라는 뜻. 냉혹한 통보를 들은 선수는 새로운 구단을 찾아 또 다른 야구인생을 시작하거나, 정들었던 유니폼을 벗는 은퇴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수많은 스타가 이런 과정 속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화려한 선수들을 배출한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말년 처우는 매정하리만큼 인색했다. 투'타의 핵 장효조와 김시진은 롯데로 트레이드됐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만수도 번듯한 은퇴식 없이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성래 역시 쌍방울로 트레이드됐다 SK에서 은퇴했다. 강기웅, 박충식 등 삼성을 빛낸 숱한 스타들의 마지막도 쓸쓸했다.
삼성이 공식적으로 은퇴식을 열어 준 건 1세대 스타들이 자취를 감춘 한참 뒤였다. 그 영광은 현재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이었다.
경북고 시절부터 청소년대표 유격수로 활약했고, 한양대 소속으로 1984년 LA올림픽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류중일은 1987년 1차 지명으로 연고지 삼성에 입단했다. 첫해 타율 0.287, 101안타를 기록하며 오대석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류중일은 11타수 연속 안타라는 진기록을 작성하며 스타로 발돋움했고, 1987년과 1991년 두 차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수상자 자리를 차지했다. 1991년에는 제1회 한일슈퍼게임 대표로 선발됐다.
한국야구의 유격수 계보에서 김재박의 시대를 끝내고 세대교체의 신호를 쏘아 올린 류중일은 1999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명예로운 은퇴를 택했다. 줄곧 푸른 사자 유니폼만 입은 그에게 삼성은 곧장 2군 수비코치 자리를 제의했다. 그리고 2000년 4월 5일 대구에서 구단 창단 이후 최초로 은퇴식을 마련해 예우했다.
은퇴 뒤 2009년 잠시 2군에 머물렀을 뿐 10년 이상 1군에서 수비, 주루, 작전 등 여러 분야를 맡으며 팀을 지켰다. 제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수비코치를 맡는 등 대외적으로도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10년 말 구단 역사상 첫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으로 데뷔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류중일이 첫 테이프를 끊은 은퇴식은 이후 김현욱, 김한수, 전병호, 김재걸, 양준혁으로 이어졌다.
1993년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현욱은 1995년 쌍방울로 이적한 뒤 1997년 다승 1위(20승), 평균자책점 1위(1.88), 승률 1위(0.909) 등 투수부문 3관왕을 차지하며 선수생활의 꽃을 피웠고, 특히 시즌 20승은 시즌 최다 구원승 신기록으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1999년 다시 삼성으로 복귀한 그는 2004년까지 뛰며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71승31패22세이브에 통산 평균자책점 2.99의 기록을 남겼다.
'소리 없는 강자'란 닉네임으로 14시즌 동안 삼성에서 활약하며 1천497경기 통산 타율 0.289, 149홈런, 1천514안타, 782타점,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6회를 수상한 김한수는 2008년 3월 30일 대구구장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팬들과 함께 했다.
은퇴식 바통은 2008년 겨울, 은퇴를 선언한 전병호가 이어받아 이듬해 4월 5일 LG와의 홈경기에 앞서 공식 은퇴식을 했다.
전병호는 1996년 삼성에서 데뷔했고, 통산 431경기에 등판해 72승55패5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4.43의 성적을 남겼다.
2010년 4월에는 1995년 삼성에 입단해 15년간 한 팀에서 선수로 뛰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김재걸이 팀 역사상 5번째로 은퇴식을 했고, '양신' 양준혁은 성대한 은퇴식으로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2010년 9월 19일 SK와의 홈경기서 마련된 그의 은퇴식은 아버지 양철식 씨의 시구, 영구결번 선포식, 고별사, 유니폼반납, 고별 퍼레이드, 선수 헹가래 등 떠나는 레전드에 대한 예우로 채워졌고, 구단은 유례없는 화려한 은퇴식을 여느라 1억원 가량의 비용을 썼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
文, 뇌물죄 기소에 "터무니없고 황당…尹 탄핵에 대한 보복"
文뇌물죄 기소에 "부동산 정책 실패하고 사위엔 특혜?" 국힘 일갈
[단독] 국민의힘, '한동훈 명의 당원게시판 사태' 덮었다
이재명 "수도권 주요 거점을 1시간 경제권으로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