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위 아 더 월드

1971년 8월 1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방글라데시를 위한 콘서트'가 열렸다. 비틀스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을 비롯해 에릭 클랩턴, 밥 딜런, 레온 러셀, 링고 스타 등 유명 스타와 인도 현악기 시타르와 사로드 연주자인 라비 상카와 알리 악바르 칸 등이 참여했다.

당시 방글라데시는 동파키스탄으로 1970년 11월, 사이클론이 덮쳐 30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곳이었다. 그러나 모든 실권을 쥔 서파키스탄이 지원에 소극적이자 분노한 동파키스탄은 독립운동에 나서 내전 상태가 됐다. 그 결과 1971년 12월 방글라데시라는 이름으로 독립했다.

공연을 기획한 조지 해리슨은 이 공연을 위해 '방글라데시'라는 곡을 만들었다. '내 친구가 찾아왔어요/ 눈에는 슬픔뿐이었죠/ 그는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의 조국이 죽기 전에/ 난 그 아픔을 느낄 수 없었지만/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합니다/ 그들을 살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라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 공연은 세계 난민을 위한 록 스타들의 첫 공연으로 기록됐다.

1985년,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퀸시 존스, 조니 미첼, 프린스 등은 영국과 미국에서 아프리카 난민을 돕기 위한 동시 공연을 벌였다. 이 공연은 전 세계로 중계돼 147개국의 15억 명 시청, 7천만 달러의 수익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USA for Africa: We Are the World'라는 음반으로 발매됐다.

이에 앞서 1984년 말에는 밥 겔도프와 보이 조지, 폴 영, 조지 마이클, 보노 등이 밴드 에이드(Band Aid)를 결성해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알까요?'라는 곡을 발표했다. 에티오피아 난민을 도우려는 것이었다. 또 아이슬란드 출신의 비요크는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때 이재민을 돕기 위한 음반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8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를 덮쳐 1만 2천여 명의 사상자와 4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세계 각국과 단체가 지원에 나선 가운데, 팝 스타들도 동참했다. 공연은 아니고, 9.99달러짜리 편집 음반을 팔아 수익금을 필리핀에 기부하기로 했다. '필리핀을 위한 노래'라고 이름 지어진 이 음반에는 비틀스, 밥 딜런, U2, 비욘세 등의 노래가 실렸다. 다른 이의 아픔을 공감하고 돕는다는 것, 아마 인간만이 가진 특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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