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기(대구 달서구 상화로))
공직에 32년간 몸담고 이제 정년퇴직을 해서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봉사하면서 3년여 세월이 흘렀다.
오늘도 아침 8시부터 횡단보도에 서서 교통지도를 하면서 등교하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학생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내가 먼저 인사한다. 3년 동안의 인사가 밑거름이 되었는지 이제는 다들 먼저 인사를 건넨다.
등교가 끝나고 1교시 수업이 시작될 무렵 교실과 복도가 소란스럽다. 내용을 알아보니 1학년 학생 한 명이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등교했다고 하고 교실에는 학생이 없어 혹시나 불미스러운 사고라도 있을까 봐 조급한 마음으로 도서관, 방송실, 시청각실 등 갈 만한 곳을 샅샅이 뒤졌다. 아무 곳에도 학생은 보이지 않았고 최종 점검으로 남녀 화장실을 일일이 노크하면서 점검에 나섰다. 여자 화장실 두 번째 문을 노크하는 순간,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고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아 문을 잡고 올라가서 보니 화장실 안쪽에 학생이 이마에 오른손을 대고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왜 교실에 안 들어갔느냐고 물으니 "어제 미용실에서 나는 싫다고 하는데 앞머리를 잘라서 보기 싫어 반 아이들이 놀릴까 봐 화장실에 숨어 있었어요"라고 대답했다. 학생은 수업보다도 앞머리가 소중했고 부끄러움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학생을 보며 내 인생을 반추해본다. 나는 지금껏 부끄러움 없는 인생을 살았던가. 인생에서 배움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학교 주위를 순찰하면서 인사를 가르친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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