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상주시의원들의 착각

소속의원 16명인 상주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의장과 부의장을 제외한 시의원 전원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포함하는 유례없는 안이 시민과 언론의 따끔한 지적(본지 3일 자 1면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달 4일 본회의에서 통과돼 시민 비판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상주시의회 예결위는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의원들끼리 약속한 사안이어서 기간이 만료된 이달에는 기존 예결위원 7명의 전원 교체가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예결위원을 지낸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산안을 심사할 마지막 기회여서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며 갑자기 교체를 거부했기 때문에 이 안이 통과됐다.

자신들이 합의한 약속을 깨버린 데다 이를 두고 전체의원들 간 논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황태하 시의회 부의장은 "의장이 예결위원 확대 과정에서 의원 간 약속을 거론하지 않고 기존 예결위원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자신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들이 노골적인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물론 '시장 흔들기'를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예결위원 대부분이 그동안 시장 치적에는 알러지 반응을 나타내면서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반면, 지방선거를 겨냥해 자신들의 치적이 될 수 있는 지역구 민원사업 등을 비롯한 재량사업비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 이중 잣대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야당후보로 당선된 현 시장보다는 전임시장과의 인연이 더 깊고, 전임시장의 내년 시장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만만찮다.

기존 예결위원들은 지난 4월 부산 귀농귀촌사무소와 노인복지예산 등을 대폭 삭감한 이유를 "사전협의를 하지 않았다", "시장이 인심을 얻지 우리는 낯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들이 약속한 내용을 지키는 것은 원칙이자 상식이며 그 바탕 위에 의정 활동을 해야 할 일이다.

자신들조차도 협의하지 않고 멋대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 시 집행부 보고는 절차와 사전협의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해 소위 돈 봉투 의장선거 사건으로 2명이 의원직을 잃는 등 큰 파동을 겪은 시의회가 이후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약속도 현재까지 시장 길들이기와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국한된 듯한 느낌이다.

이제라도 상주시의회가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갈라진 민심을 봉합하고 시민여론에 귀 기울여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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