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대구시민회관

대구시민회관이 2013년 11월 29일 개관연주를 시작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1975년에 문을 열어 노후화되었던 시민회관을 3년에 걸쳐 리노베이션하여 콘서트 전용홀로 개관한 것이다.

대구시민회관의 재개관이 유독 반가운 것은 어린 시절 나의 특별한 기억과 맞닿아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 첫 번째 시민회관에 대한 추억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1981년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영화에서 시작된다. 엄마와 둘이 그곳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만화 주제가와 함께 남아 있다.

두 번째 추억도 영화관이었다. 추억 동반자는 나보다 키와 덩치가 컸던 두 살 아래의 남동생이다. 무협영화를 보자는 내 주장과 한 지붕 세 가족의 순돌이가 주인공이었던 '별똥왕자'를 보자는 동생 주장 때문에 팽팽히 맞서다, 덩치 큰 동생의 눈물로 결국 '별똥왕자'로 낙찰됐다. 하지만 당시 중학생인 내게는 고역이었고, 시민회관은 추억의 공간으로 덧칠되었다.

대구시민회관에 대한 세 번째 추억은 내 인생의 길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이번에 본 것은 영화가 아니라 오페라 '춘향전'이었다. 선뜻 내키지 않았던 오페라 '춘향전'의 관람은 당시 '향단' 역을 맡았던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 반별로 몇 장의 티켓을 '가위 바위 보'로 구매하게 한 티켓 강매(?) 때문이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갔던 공간에서 들었던 성악가의 목소리는 성악을 해보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할 만큼 강력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후, 성악가의 꿈을 이뤘고 그 길을 지금도 걷고 있다.

대구시민이라면 아마 누구나 이 같은 시민회관에 얽힌 추억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기억 속 대구시민회관은 영화관이자 공연장, 콘서트장이었던 동시에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하던 의미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 공간이 한층 더 세련되고 전문화된 공간으로 돌아왔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대구에 없었던 클래식 콘서트 전용홀로 말이다. 특히 대구시민회관은 부채꼴 형태의 다목적홀과 달리 슈박스(직사각형) 형태로 만들어져, 무대 위에서 나오는 소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지향성이 좋아 음악 듣기가 한결 맛깔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명성에 걸맞은 좋은 공연장을 갖게 된 데 대해서 음악인으로서도 뿌듯하고 반가운 일이다.

대구시민회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구 출신의 건축가 김인호 선생의 작품이다. 또한 대구 문화예술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외관은 유지한 채 내부는 새로운 건물로 바뀐 대구시민회관. 이제는 클래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콘서트 전용홀로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좋은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신현욱 테너'대구성악가협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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