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신데렐라 '결혼식, 그 이후' 이야기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은 새로운 삶의 출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가끔씩 결혼에 대해 어떤 신부들은 유아에 가까운 미성숙한 생각을 하고 있어 유감스러울 때가 있다. 결혼을 '출세의 사닥다리' 정도로 생각하거나 또는 사회적 신분의 탈바꿈 통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은 결혼 후 보장받아야 할 여자의 권리에 대한 당위성을 가지고 이렇게 말한다.

"제가 어렸을 때, 가난했기 때문에 결혼만큼은 부자랑 하고 싶었어요. 또 친정에서처럼 힘들고 대접받지 못하고 살 것 같으면 뭐 하러 결혼을 해요?"

이러한 여성들은 결혼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는 말할 것도 없고 부와 사회적 능력을 가진 남성만이 결혼생활의 성공적인 요소를 지녔다고 보고 가급적 그런 남성들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필자는 한동안 이런 여성들의 심리요인을 찾으면서 이색적인 접근을 해 본 적이 있다. 이들의 내적요인(개인 심리특성) 배경에 있는 사회문화적 관점에 포함되어 있을 문학세계가 준 영향력에 대한 재탐색이었다. 여성의 행복이 남성의 능력만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적 사고를 어린 시절 여아에게 제공되었을 '동화' 속 이야기들의 잔재가 내면화된 현상으로 추측해 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여성들의 심리에는 아직도 동화 속의 유아의존퇴행욕구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마녀의 저주를 받고 천년의 잠을 자는 공주를 깨워 왕자비로 화려한 삶을 살게 해 준 존재는 소탈한 남성이 아닌 일국의 왕자였고, 계모 밑에서 불우했던 신데렐라를 일국의 왕자비로 끌어올려 그녀의 인생을 바꿔 준 존재도 다름 아닌 절대적인 부와 힘을 가진 왕자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끊임 없이 들어왔던 그 동화 속의 이야기들. 이것이 오늘날 성장해 버린 우리 젊은 여성들 마음속에 남아있으면서 좋은 남자와 진실된 사랑을 감별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그 동화들이 화려한 결혼식만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일어날 수 있는 부부갈등 요인에 대한 언급이 조금이라도 정직하게 있었더라면 어른이 된 예비신부들이 좀 더 현실적이고 폭넓은 결혼관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지금, 우리 부모세대들은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옛날의 그 동화가 말하지 않은 '결혼식 이후'를 통해 교훈을 들려주는 주역이 되어야 하리라.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