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덕담은 무엇으로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불현듯 내 직업과 나이에 걸맞은 '올해는 넘어지지 말자'로 정했다. 직업적인 의식의 발동이라면 넘어져서 뼈를 다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덕담이고, 사업적으로는 넘어지지 않는 윤리적 의료환경의 의미를 담았다.
넘어진다는 물리적 현상은 신체의 중심이 흐트러지면서 균형을 잡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중심을 잡고 지면에 밀착한 발바닥은 앞으로 걸어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보행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중심만 잘 잡는다고 넘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발바닥이 아프다든지 신체의 골격 중심에 이상이 생겼다면 아예 일어설 수조차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중심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 모든 신체적 기능들이 적절하게 자기 맡은 역할을 다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세상 이치도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넘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개중에는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서 다시 걸어가는 이도 있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을 땐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걸어간 케이스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 문턱에서 주저앉거나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이를 두고 넘어졌다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사업을 하는 사업가들은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때 상황이 여의치 못해 심하게 넘어지게 되면 크게 다쳐 재기불능 상태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어떤 수술이나 교정도 원래 상태의 본모습으로 되돌려 놓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거덜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너무 맹신한 나머지 사업적 체력을 염두에 두지 않은 지나친 달리기나 또는 낙관적 전망으로 속도 조절 없는 뜀박질을 한 때문이다.
필자는 신체적 균형과 틀을 만들어주는 정형외과 의사다. 수많은 교통사고나 재해현장에서 다친 환자들을 만난다. 짧거나 긴 병상생활을 한 후 다시 일어서서 병원문을 나설 땐 본인뿐만 아니라 병원 관계자들도 아주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는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고가 없기를 기원한다.
의사면허증을 취득한 지 올해로 28년째이다. 그동안 의사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심하게 넘어져 당시에는 되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는 넘어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욕심이 만들어내는 불균형을 없애고 겸손이라는 지팡이에 의지해 중심을 잡는 노력을 꾀했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넘어지지 말고 힘차게 앞으로 걸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넘어진 환자들을 일으키기 위해 병실에 들어선다.
우병철 365정형외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