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은 농업에 뿌리를 둔 '농도'(農道)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업인(49만 명, 전국의 16%)이 전국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28만㏊, 전국의 16%)에서 농업을 경영하고 있다. 특히 억대의 소득을 올리는 농업인 수는 6천200여 명(전국의 37%)으로 전국 1위다.
하지만 외국산 농산물 수입이 본격화되는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 시대를 맞아 전국에서 가장 큰 타격도 예상된다. 현재 체결된 9건의 FTA 중 한'미 FTA만 해도 경북 농축산 분야에 5천400억원, 앞으로 타결이 예상되는 한'중 FTA는 7천400억원의 생산액 감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는 10회에 걸쳐 FTA 시대를 맞은 경북 농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경북 농업의 경쟁력 증진은 물론 미래 농도 경북의 지속을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경북 농업, 본격 FTA 시대
경북 농업이 올해부터 본격 FTA 시대를 맞는다. 우리나라가 2004년 칠레와 최초로 FTA를 체결한 지 10년째가 됐고, 전체 FTA 상대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경제규모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특히 중국과 호주 등 농업 강대국들과의 FTA 체결이 코앞에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4월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지난해 5월 한'터키 FTA까지 모두 9건(46개국)의 FTA를 체결했다. 또 호주, 콜롬비아와는 협상이 타결돼 곧 FTA를 체결할 전망이다. 중국, 캐나다 등과는 15건의 FTA 체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3위 수준의 FTA 경제영토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FTA를 체결한 상대국의 GDP(국내총생산) 총합을 기준으로 무역 시장의 크기를 따져봤을 때, 칠레와 멕시코 다음 규모라는 것.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 26개국, 아세안(ASEAN) 10개국 등 규모가 큰 국가'경제권과 FTA를 잇따라 체결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FTA 상대국의 GDP 총합은 지난해 기준 40조3천억달러로 전 세계 GDP 69조달러의 57%를 차지했다.
여기에 현재 FTA 체결 협상 및 준비 중인 호주, 중국, 캐나다 등이 포함되면 우리나라의 FTA 경제영토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조원 넘는 생산액 감소 예상
FTA 경제영토가 커진다는 얘기는 그만큼 시장 개방에 따른 경쟁도 심해진다는 얘기다. 업종별 경쟁력을 따져봤을 때, '제조업은 웃지만, 농업은 울상을 짓는다'는 FTA 공식은 체결 10년째를 맞으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15년차 경북 농축산 분야 생산 감소 예상액은 5천405억원으로, 전국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경북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 과수 분야는 1천812억원, 축산 분야는 3천20억원, 채소'특수작물 분야는 531억원, 곡물 분야는 51억원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사과, 포도, 한우 등 경북이 국내 생산량 전국 1위인 14개 FTA 민감 품목의 생산액 감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한'중 FTA가 타결되면 더욱 큰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15년차 경북 농축산 분야 생산 감소 예상액은 7천438억원으로 한'미 FTA보다 68% 더 큰 규모다.
◆FTA, 위기는 기회다
FTA 체결을 거듭하며 값싼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수만 봐도 최근 10년간 수입량이 2003년 45만t에서 2012년 75만t으로 69% 늘었다. 오렌지, 체리 등 수입산 과일은 국산 과일 소비를 줄이는 대체 효과도 만들고 있다. 국내 과실류 자급률은 2003년 85%에서 2011년 78.5%로 점점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외국산 농산물과 경북 농산물이 단순한 가격 우위가 아닌 다양한 가치 우위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고,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 요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북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 농산물 유통의 단순화'규모화'전문화로 비용을 줄이고, 시장교섭력을 높이는 유통구조 개선이 요구된다. 경북이 현재 경쟁력을 가진 과수와 축산 분야가 중심이 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FTA 체결과 대구경북 지역경제의 예측 및 결과 분석' 보고서에서 "농산물 품목별로 생산자가 중심이 되는 가공 및 유통 주체를 육성하고, 생산자의 소비 및 판매 시설을 적극 지원해 생산과 소비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경북 농업, 미래 가치 선점해야
꾸준한 친환경 트렌드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증가는 도'농 네트워크를 구축해 로컬푸드를 부각시키고, 유기농 식품 개발 등을 통해 경북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하는 기회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경제국의 친환경'안전식품 수요를 경북 농산물의 수출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특히 가까이에 있는 중국 등 동북아시아는 앞으로 10년 후 경제성장과 도시화 등에 힘입어 15억 명 규모의 식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경북 농산물을 재료로 쓰는 식품산업 영역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산업은 농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분야의 참여가 필요해 생산유발수요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연구실장은 "미래 농업은 품질에 더해 다양한 가치 요소가 중시되는 시대를 맞는다. 농산물은 경작 활동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환경재 및 공공재의 가치를 가격에 포함하게 될 것"이라며 "친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오히려 경북에서 생산됐다는 지역성이 국내 시장에서 신뢰와 브랜드로 통할 수 있다"고 했다.
◆농촌사회 활력은 장기적인 FTA 대응책
외부적으로 FTA의 풍파를 맞고 있는 농촌은 내부적으로는 고령화와 공동화의 문제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FTA 대응책으로 농업인과 농촌 공동체의 농업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농업인들에 대한 심화교육'재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귀농인을 대상으로 귀농지원센터 운영 및 농지임대 등을 제공하며, 첨단기술농업 보급으로 고부가 기술농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
석태문 실장은 "경북 농업이 FTA 시대에 경쟁력을 쌓으려면 고소득 농가와 젊은 농업인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고령화로 유휴 인력이 되고 있는 고령자들에게 생애 일자리를 주고, 새로운 농촌사회 구성원으로 들어오고 있는 귀농'귀촌인, 다문화가정 등을 포함하는 경북형 마을 영농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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