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트남 봉사 떴다! 39인 청소년 산타

대구 적십자사 단원들 온정

희망풍차 청소년 멘토링 해외 봉사단원들이 지난여름 태풍으로 무너진 집의 보수공사를 돕고 있다.
희망풍차 청소년 멘토링 해외 봉사단원들이 지난여름 태풍으로 무너진 집의 보수공사를 돕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맞은 베트남 꽝닌 성 반 옌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39명의 산타가 찾아왔다. 이 산타들은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비누, 연고 등을 선물로 줬고 풍선으로 강아지와 칼도 만들어줬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의 담장과 뒤뜰을 만들어주고 울타리에 페인트칠도 해 줬다. 산타가 떠나는 날,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반 옌 초등학교를 찾은 산타의 정체는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의 '희망풍차 청소년 멘토링 해외봉사활동' 단원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는 삼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아 지난달 22~29일 8일간 베트남 꽝닌 성 반 옌 초등학교와 그 일대 마을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해외봉사단원들은 대한적십자사 한국청소년적십자(RCY) 회원들과 대학 RCY회원들로 구성했다. 참가자 중 일부는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 등 적십자가 4대 취약계층으로 지정한 가정의 청소년들. 대학생들은 이들 청소년의 멘토로서 참여했다.

이들이 찾은 반 옌 지역은 관광지로 유명한 하롱베이에서 약 2시간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산골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자동차로 30분이 넘는 산길을 걸어다녀야 한다.

봉사단은 23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베트남 적십자사 본사를 찾아 인사를 나누고 나서 꽝닌 성으로 이동했다. 봉사단원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실질적인 봉사에 들어갔다. 첫날에는 봉사단원들이 준비한 태권도, 사물놀이, K-POP 댄스 등을 선보여 반 옌 초등학교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반 옌 초등학교와 마을 주민들이 사는 집에 보수공사를 도와주거나 페인트칠을 했다. 비록 처음 잡아보는 삽과 곡괭이에 손에 물집이 잡히고 자기 키보다 높은 담장과 벽을 칠하느라 어깨가 뻐근했지만 봉사단원들은 이곳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모습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다. 이다혜(17'대구 중앙고 1) 양은 "옷에 노란 페인트가 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페인트칠을 했는데 점점 깔끔해지는 기둥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람들도 봉사단원들이 준 도움에 매우 감사해 했다. 나이 딘(33) 씨는 지난여름 태풍 때 무너져버린 집의 기초공사를 봉사단원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딘 씨는 "태풍 때문에 집이 사라져 막막했는데 봉사단원들 덕분에 좋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됐다"며 연방 "신 깜 언(고맙습니다)"을 외쳤다.

헤어지던 날 반 옌 초등학교 아이들은 헤어짐을 직감했는지 매우 아쉬워했다. 어떤 아이들은 봉사단원들에게 받은 학용품으로 그림을 그려 선물하기도 했다. 봉사단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을 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김아정(21'여'경북과학대 2) 씨는 "아이들이 우는 모습에 나도 가슴이 찡해 눈물이 났다"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새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못 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준환(17'대구 현풍고 1) 군은 "처음에는 '우리를 너무 낯설어하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했었는데 다들 우리를 잘 대해줘서 마음이 놓였다"며 "어머니가 필리핀에서 오셔서 가끔 필리핀 고향 이야기를 할 때 실감이 안 났었는데 이번 봉사활동으로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들이 많이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반 옌 초등학교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은 이들이 떠나는 날, 봉사단원들을 태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신 깜 언(고맙습니다)"을 외쳤다.

글'사진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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