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비 존슨 지음/박미영 옮김/청림Life 펴냄
텔레비전 앞에 앉아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남은 찌꺼기와 봉투를 쓰레기통에 넣고, 청소차가 가져가게 집 밖에 내놓는다. 다음 날 아침이면 내가 내놓은 쓰레기는 마법처럼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그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쓰레기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증발하지 않는다. 매립지에 이르러 환경을 파괴하고, 독성 화합물을 공기와 토양에 퍼뜨린다. 버려지는 상품들을 만들기 위해 쓰였던 자원을 헛되게 만들며, 엄청난 처리비용까지 들게 한다.
이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는 냉장고와 창고와 거실을 가득 채우던 삶, 필요보다 훨씬 많은 의자(우리나라 식이라면 필요보다 큰 소파라고 해도 되겠다), 그러니까 우리가 유복하고 편리하다고 흔히 믿는 생활을 하던 지은이가 '쓰레기 제로'에 도전하게 된 배경과 그 방법을 담은 책이다.
지은이는 넓은 집안을 채우느라 엄청난 시간과 비용과 노동을 투입했으며, 또 그것들을 관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동을 투자했음을 어느 날 깨닫게 되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투자하느라 꼭 필요한 것,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 것에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쓰레기 제로는 재활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재활용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재활용은 폐기물 처리에서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지은이는 아예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지은이는 쓰레기 제로를 이루기 위한 5가지 단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구입하거나 들여놓고 싶은 욕망 혹은 내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집으로 오는 전단지, 포장지, 영수증도 포함) 거절하기, 필요하고 거절할 수 없는 것 줄이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Reuse),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기(Recycle), 그리고 썩히기를 든다. 이 5가지를 실천하면 아주 약간의 쓰레기만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쓰레기양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비' 즉 '구매'다. 그런 까닭에 쓰레기를 줄이자면 먼저 소비를 줄여야 한다. 평소 소비습관을 점검하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구입하지 않아야 한다. 쇼핑채널 시청은 금물이다. 쇼핑채널 시청은 그 자체로 쇼핑을 향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은이는 쇼핑채널 제한은 우리의 소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자꾸자꾸 사들이는 데서 행복을 발견하자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을 내가 원하지 않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 만족을 얻는 방향을 '새로운 구매'보다 '이미 갖고 있는 것 재사용' 혹은 '재활용'하는 데로 돌려보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생활로 바뀔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쓰레기 제로의 마지막 단계로 '퇴비화'를 든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퇴비화가 유리하다. 아파트라면 퇴비를 만드는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기구도 있고, 본인이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퇴비화는 유기물에나 해당하며, 그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가능한 퇴비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 내구성이 강한 금속 제품이나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 종이, 천연섬유 소재의 제품을 구입해 가능한 한 오래 쓰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을 택하자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들 것처럼 보이지만, 지은이는 그 반대라고 말한다. 상품 소비 감소, 활동 증가, 보관'관리'수리비 감소, 일회용품 차단과 포장이 화려하지 않은 식품 구매로 비용 절감, 폐기 비용 감소, 건강한 생활방식으로 병원비 절감, 남이 쓰던 재활용품 구입과 내가 쓰던 제품 판매로 비용 절감(지은이는 쓰레기 제로 방식으로 생활비를 40% 절약했다), 쇼핑을 줄임으로써 시간 절약 등 삶이 훨씬 풍요로워졌다는 것이다. 거기에 재활용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지혜를 발휘하고, 신념과 열정을 갖게 됨으로써 자신감과 기쁨도 얻었다고 말한다.
책은 '쓰레기 없는 생활'의 실천방안으로 장보기, 욕실, 화장품, 침실과 옷장, 집안 살림과 관리, 광고 우편물, 아이들 학교생활, 기념일과 선물, 외식과 외출, 사회적 참여 등 생활의 각 부문을 나누어 시행착오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414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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