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름 빠름 빠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다. 애나 어른이나 모두 이 단어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유행했던 우리나라 유명 모바일회사의 시엠송이 우리 뇌리에 불편함 없이 와 닿는 것은 우리 생활이 빠름의 경제학에 노예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빠름이란 단어는 이미 국민적 정서에 잘 융화되어 공감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트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힘든 보릿고개를 넘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는 데는 탁월한 리더십과 희망을 열망하는 배고픔의 인내 정신과 더불어 속도란 시대적 흐름에 잘 적응한 것이 모태가 되었던 것 같다.
빠름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 경제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 되었으며 작년에는 세계 8대 무역 수출국으로 세계 경제의 한 축이 되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왜 이리 허탈하고 불안할까?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너무 빠름이란 틀 속에서 우리 삶의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빠르다는 의미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사실은 가치 창조에 가장 합리적이며 인류 발전에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과욕의 물질 추구를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과 상대방을 이겨야만 한다는 잘못된 교육 풍조, 이런 사회적 흐름 하에서 오늘도 우리는 빠름 빠름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페스트푸드, 패스트패션…. 정신없이 돌아가는 페스트 도시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왜 우리는 슬로란 고향이 그리워질까? 인간은 물질만으로 모든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조금씩 조금씩 답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다. 양보하고 배려하며 기다려 줄 수 있는 인간 본질의 아름다움을 채울 수 있게 느림의 아날로그도 생활의 필요조건에 포함해야 되지 않을까?
부탄이란 나라를 TV에서 보았다. 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 영상은 바로 1960, 70년대 우리 모습을 그대로 재방송하는 듯했다. 전 국토의 70% 이상 자연환경 유지, 공동체 의식, 과욕을 금하는 소박한 생활양식,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측은지심, 우리가 잠시 잊었던 파노라마였다.
조금만 되돌아가면 우리에게도 늘 함께 했던 것들이다. 우리는 느림 속에 묻혀 있는 정신적 풍요의 가치를 가슴에 담았던 정의 민족이 아니었던가. 삶의 아름다움이란 물질과 정신이 같이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빠름의 본질에서 추구하는 창조에 느림의 정신적 풍요를 같이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코리아를 상상해 본다.
안봉전 대구한의대 화장품약리학과 교수 anbj@d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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