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엄습하는 수도권 규제완화 '망령'

朴대통령 의지 거듭 밝혀

정부가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입지규제를 전면 재검토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비수도권 지자체들과 경제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투자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밝혔다. 기업 투자에 방해되는 규제 개선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이에 따라 정부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조만간 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

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부처는 다음 달 초부터 시작될 연초 업무보고 준비를 하면서 개선해야 할 규제들을 선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은 물론, 7일 여당 국회의원 및 원외당협위원장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자 관련 규제 완화 의지를 거듭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이 규제 개혁 의지를 강조하자 정부도 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공장 신'증설 제한과 공장총량제 등에 대한 수도권 규제 완화책을 내놓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반발이 있자 국토교통부는 8일 "정부는 현재 수도권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전국 일간지들이 "정부가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입지규제와 환경규제,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자체들과 시민단체들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시간문제일 뿐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비수도권 조직적 반발

지역 경제계는 현재 수도권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도 기업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화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일련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헌법정신은 물론'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공생적'균형적 성장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밝혔다.

한 지역 경제계 인사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 이야기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비수도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 공동화가 심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가 대구경북의 외지기업 유치에 큰 효과는 없지만 이마저도 없다면 국토 균형발전은 더욱 요원해진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도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지역 기업 가운데 수도권 이전을 바라는 업체가 적지 않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는 자칫 지역 기업들의 수도권 이전 러시로 이어져 지방 경제를 무너트리는 서막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역 경제계는 기업 투자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대명제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불가피하게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지방에 대한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는 "수도권 기업의 어려움은 수도권 규제가 아닌 수도권 집중에 의한 높은 토지 가격, 차량 정체 등에 더 큰 문제가 있다"며 "지역의 SOC 확충을 통한 균형발전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공동대응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 개발에 착수했다.

9일 지역균형발전협의체(회장 이시종 충북지사'정갑윤 국회의원)는 오는 5월 22일까지 5개월 기한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대응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업체는 9일 착수보고회를 열어 앞으로 연구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수도권 규제 완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 인천, 세종시를 제외한 13개 비수도권 지자체의 시'도지사와 지역 대표 국회의원 등 26명을 중심으로 2006년 창립됐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가속화 되면 기업의 지방 이전이 크게 위축되고 지방에 있는 기업이 수도권으로 회귀해 지방경제가 파탄 난다고 보고 있다.

협의체 한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이 지닌 다양한 잠재 자원을 사장하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와 비수도권의 존립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해물질 배출시설로 규제를 받아온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이 허용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구상에서 언급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각종 규제가 완화된다면 결국 기업들이 지방보다는 입지가 좋은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 용역은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뿐만 아니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분석한 뒤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협의체 한 관계자는 "오는 3월쯤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거친 뒤 5월 최종안을 마련,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며 "연구용역과는 별도로 13개 비수도권 지자체의 발전연구원을 중심으로 정부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한 분석에도 착수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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