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동자를 깜빡이며 밤을 지새운 공기가
눈앞에 등장하자 한 장의 빈 종이 같은 기분이 스며들었다.
무언가 부드러운 것을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두 개의 꿈 사이에서 잠을 자다가 정적은 한결 더 깊어졌다.
어느새 길은 잠들어버렸고 바람은 매섭게 부서졌다.
눈을 찌르는 듯한 성에는 아주 오래된 농담을 들은 것처럼 창문을 끼고 킥킥거린다.
언제 나을지 모를 상처가 아물 때도 이랬는데
콕콕 쑤시는 적막함으로 내 방안이 가득히 채워진다.
말없이 밖을 내다보는 화로를 품에 안고
어두운 길을 줄달음치던 고해성사는 사소해지고
시곗바늘 없는 시계처럼 잠결의 잠꼬대는 흐릿해지고
눈에 띄게 길어지면서 흩어지는 새벽이 당연해진다.
류재필(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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