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축소되나" 지역 車부품사 초비상

한국GM의 철수설이 나돌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GM의 최대 협력업체 중 하나인 한국델파이는 사업계획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신문DB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델파이는 지난달부터 2014년 사업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산량의 60% 이상을 한국GM에 납품하는 터라 지난달 불거진 한국GM 철수설에 따라 생산 감소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에 따른 여파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글로벌 브랜드인 쉐보레의 유럽 철수를 발표한 뒤 대구경북 자동차부품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GM의 생산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철수인가 아니면 생산축소인가

지난해 12월 GM은 201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다고 발표하자 한국GM 협력업체들은 술렁였다. 쉐보레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GM이 축소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GM이 GM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데 무게감을 싣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GM이 5개 사업부에 대해 변화를 준 것을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GM은 유럽 쉐보레 철수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글로벌 GM은 ▷GM북미 ▷GM남미 ▷GM유럽 ▷GM해외사업본부(IO'International Operation) ▷GM 파이낸셜 등 5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과 러시아, 호주, 한국 등이 포함된 GM해외사업본부가 개편됐다. 지난해 8월 해외사업본부(GMIO) 소속이던 중국 법인을 별도 사업부인 'GM China'로 독립시켰으며 러시아 법인은 올해 1월 1일 GM 유럽 사업부에 편입됐다. IO 소속인 호주의 경우 2017년까지만 차를 생산하고 철수하겠다는 GM의 선언이 있었고 한국은 쉐보레 유럽 철수로 생산량이 감축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아직 신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결국 이는 중국 내 GM 공장의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GM 물량 감소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과거 GM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산 위기에 몰리자 미국에 있는 47개 생산 공장 중 14개를 폐쇄하고 2만1천명을 정리해고했다. 또 2010년부터 유럽 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선 GM은 유럽 전역에 산재해 있는 12개의 생산 공장을 축소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 때문에 한국GM의 철수나 생산량 축소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협력업체들 긴장

한국GM 축소설에 대해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9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철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생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판매하는 쉐보레 인기 모델을 다른 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강성노조 때문에 해외 생산을 늘리는 것은 완성차 회사의 공공연한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GM에 부품을 납품하는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GM 측이 철수설을 일축했지만 GM이 해외사업부에 변화를 주면서 한국GM의 운영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델파이가 연초부터 사업계획 조정에 힘을 쏟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델파이가 생산 제품의 60%를 한국GM에 납품하는 만큼 쉐보레 유럽 철수로 한국GM의 생산량이 10%만 감소해도 당장 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한국델파이 협력업체 역시 '생산량 감소'라는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부품진흥재단 측은 "한국델파이의 협력업체만 200개가 넘는다. 한국GM의 단 한 모델이라도 생산량이 줄어들면 한국델파이뿐 아니라 수많은 지역의 협력업체들이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