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근현대 名 건축기행] <4>포항시립미술관(POMA)

단순한 복도 끝 이어진 해맞이공원…건물 끝자락 자연의 시작

빛과 외부 전경으로 중앙홀의 건축적 공간은 더없이 흥미롭다. 중앙홀의 자연광은 외부 날씨의 변화에 따라 때론 거칠게, 때로는 감미롭게 홀의 벽면을 물들이도록 계획되었다.
빛과 외부 전경으로 중앙홀의 건축적 공간은 더없이 흥미롭다. 중앙홀의 자연광은 외부 날씨의 변화에 따라 때론 거칠게, 때로는 감미롭게 홀의 벽면을 물들이도록 계획되었다.
ADF건축 건축학박사 김홍근
ADF건축 건축학박사 김홍근

흔히 건축을 그림과 비교하여 설명하거나 혹은 그림에 기대어 '건축도 예술이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건축은 그림이나 사진과 같은 정지된 찰나로서 설명하기에는 그 체험의 과정이 길고 너무나 복잡하다. 다가서면서 서서히 읽혀지다가, 돌아서면 또 전혀 다른 각의 이미지로 변신하고, 또 들어서면서 좁게 느껴지다가도 다시 넓은 공간감에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높고 낮은, 혹은 좁고 넓은 공간의 변화는 긴장과 이완, 엄숙과 혼란 등 관람자의 감성을 마구 흔들어 놓는다. 그림이 절정의 찰나를 그린다면, 건축은 그 찰나의 연속(시퀀스 sequence)을 도모해야 감정에 도달한다. 그렇다, 오히려 건축은 글짓기나 작곡으로 비교하여 설명한다면 훨씬 더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콘셉트와 줄거리의 설정이 닮아있고 전개 방식과 그 구성 기법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포항시립미술관은 환호 해맞이공원이 가진 선형의 흐름과 부지의 경사를 적절히 이용하여 미술관 건축이 수행해야 할 목적과 공원의 자연성을 최대한 조화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건축 후 옥상까지 시민에게 개방되어, 무한히 연장되는 공원의 산책로로 자연 속, 공원 속의 미술관이 되도록 계획되었다. 땅을 상징하는 회색의 볼륨과, 철과 투명유리로만 구성된 간결한 재료적 통일성은 포항의 지역적 특성과 함께 미술관이 지향하는 운영 의도의 또 다른 표현이다. 외관에서 크게 읽히는 세 개의 장방형 볼륨은 엄격한 구조체계 속에 의도된 비평행의 각도와 대지경사를 이용한 결과 환경적으로는 건축물 속 깊숙이 빛이 들어가게 계획되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지극히 긴장된 투시도적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돌출된 3개의 유리면은 전면 공원에서 후면 산에 이르는 공간의 켜와 층의 상징된 작업이며, 진지하게 끌어들여진 중앙홀의 자연광은 외부 날씨의 변화에 따라 때론 거칠게, 때로는 감미롭게 홀의 벽면을 물들이도록 계획되었다.

1층은 자연스럽고 인지성이 좋은 전시관 관람동선을 수립하기 위하여 기존 환호 해맞이공원 산책로 가까이 아트 숍, 카페테리아, 화장실을 배치하여 미술관의 공공성을 확보하였고, 미술관의 중앙홀(열린 전시실)과 상설전시실이 주 기능으로 계획되었다. 중앙홀 상부의 오픈 플로어, 천창, 창, 매달린 계단 등은 극적인 건축공간의 감동을 부여하고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2층의 회랑형 복도는 중앙홀의 높다란 공간 속에서 부유하듯 회유하는 '관찰자적 공간체험의 즐거움'과 함께 보는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는 '3차원의 전시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건축적 의도'이다. 관찰자적 시점의 교차 및 응용은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끝없이 반복되고 교환되길 기대하고 있다. 언뜻 회색의 제주석과 단순하게 구축된 기하학적인 내부 구성이 지루할 듯 보이지만, 치밀하게 의도되고 곳곳에 간섭시킨 빛과 외부 전경으로 중앙홀의 건축적 공간은 더없이 흥미롭다. 홀과는 대조적으로 백색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1층 전시실은 높은 천장고와 중층의 내부회랑을 통해 전시의 다양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컨트롤이 가능한 자연채광을 도입시켰다. 2층의 기획전시실과 특별전시실도 6~10m에 이르는 변화 있는 천정고와 직간접 조명 등으로 다양한 전시기법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계획되었다. 지하층의 교육공간은 미술관 내부에서도 외부 공원에서도 쉽게 접근 가능한 위치에 배치되어 편의성이 최대한 확보되도록 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2005년 8월 전국적으로 개최된 현상설계공모를 통하여 기본 안이 선정되었고, 약 6개월에 걸쳐 수차례의 자문회의와 협의를 통해 기본계획의 결정과 보완 등으로 실시설계가 완료되었다. 그리고 착공 후 바로 전시시설의 추가 확보를 위해 남측으로 증축설계되었으며, 그 후 공사 중 다시 수장시설과 교육시설의 확충 등을 위해 추가로 증축설계가 이뤄져 설계기간만 약 1년여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포항시립미술관의 전체 면적은 약 5천200㎡이며 2006년 11월 착공, 약 3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9년 12월 말 개관했다.

특별히 공공장소, 공공공간으로 불리게 되는 미술관, 도서관, 음악관과 같은 공공건축은 시민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보태고 소양을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입지선정 시 접근성과 이용의 편의성이 매우 중요하다. 업무에 시달려 영화나 전시회 한 번 변변히 볼 수 없는 직장인이나, 입시에 매달린 청소년들도 시간에 쫓기는 문화 소외계층이다. 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시설에 대한 접촉 기회를 늘려주는 것은 어쩌면 이상적인 사회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겠다. 시민들의 일상과 가깝게 위치한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런 점에서 더욱 건강하다.

글'그림 ADF건축 건축학박사 김홍근

사진 남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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