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해로한 잉꼬부부 그랜트와 피오나. 그러나 피오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두 사람의 생활은 차츰 변화를 겪게 된다. 프라이팬을 냉동실에 넣는 사소한 실수들이 집 앞에서 길을 잃을 정도로까지 심각해지자 피오나는 요양원행을 강행한다. 한 달 만에 만난 피오나는 남편은 물론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요양원에서 만난 오브리라는 노인을 첫사랑으로 착각하며 헌신적으로 돌본다. 매일 피오나를 찾아가던 그랜트는 괴롭지만 피오나의 사랑을 응원해주기로 결심하지만 갑작스럽게 오브리가 퇴원해버리자 피오나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결국 그랜트는 퇴원해버린 오브리의 부인을 찾아가 피오나와 오브리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상 네 사람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사고를 담당하는 뇌에 끈적끈적한 플라그가 생겨서 뇌세포 안의 내용물이 새어 나오고 그래서 시냅스가 녹아내리는…. 큰 저택의 전기 차단기를 하나씩 내리는 것처럼 뇌의 기능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 이것이 영화 '어웨이 프롬 허'에서 주인공 그랜트가 읊는 알츠하이머의 정의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은퇴한 노교수가 평생을 함께한 아내에게 바치는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비슷한 내용의 '노트북'같은 영화와 다른 점은 부부의 노년과 환자의 배우자 입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어웨이 프롬 허'는 평생을 사랑해 온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가 알츠하이머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적응해 가는지를 캐나다의 겨울 풍광 속에 요란스럽지 않게 녹여낸다. 지나친 최루성 멜로로 치닫지도 않고, 부부가 묻고 사는 과거의 뒤틀림을 부각시켜 씁쓸함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감독이 20대 후반에 작업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연출이 영화 전체를 차분한 온기로 감싸고 있다. 러닝타임 110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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