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역 현장에 중국 정부가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세웠다. 기념관 입구 상단에 내걸린 대형 벽시계는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오전 9시 30분에 정확히 고정돼 있다. 이토 사살 현장인 제1플랫폼에는 '안 의사 이등박문 격살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란 안내문을 내걸어 역사적인 날을 알리고 있다.
중국이 '한국인' 안중근 의사의 항일 독립운동 활동을 기리는 기념관을 만든 의미는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하얼빈 의거 현장에 표지석 설치를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는 기념관이란 큰 틀로 화답했다. 신화통신은 "안중근 기념관은 한 역사적인 인물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아베 정권이 보이는 우경화와 퇴행적 역사 인식에 대해 중국 정부가 나서 일침을 가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과거 일제 만행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군이 작성한 공식 문서를 처음 공개해 일제의 잔혹함을 고발했다. 어제는 난징대학살에 A급 전범이자 아베 일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가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문서를 끄집어 내는 등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일본이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롯해 교과서 해설서 개정, 집단자위권 등 과거사를 부정하기 위한 조치들을 차근차근 밀어붙일 동안 성명이나 발표하는 등 말의 성찬에 그치고 있다.
일제 만행의 흔적과 기억은 사라져가고 있다. 일제 만행 중 가장 잔혹한 사례로 손꼽히는 제암리 교회 학살 사건 현장조차 빈약한 사후 관리와 자료 부실로 일제 만행을 고발하는 데 역부족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일제의 잔혹함을 알리는 역사 자료와 현장 발굴에 나서야 한다. 일본이 그릇된 역사를 가르치려 들면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2'제3의 안중근 기념관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 주도로 만드는 일제 만행 고발 박물관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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