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프랑스의 루이 16세 시절, 외무장관을 지냈던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Charles Maurice de Talleyrand)은 노련한 외교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를 작가로 아는 사람이 많다. 어느 광고가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라고 인용한 '커피 예찬'을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1천300년 이상 인류의 사랑을 받은 커피에 대한 예찬은 수없이 많다. 미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커피는 우리를 엄격하게,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만든다'고 했고, 미국의 인용 명문 편집자인 테리 길레메츠는 '뜨거운 커피와 추운 겨울 아침은 최고의 짝'이라 했다. 베토벤과 발자크, 헤밍웨이 등이 커피 애호가였던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바흐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거니와 록 팬은 1970년대 초 벨기에의 최고 인기 하드록 그룹이던 '아이리시 커피'와 진한 블루스 록의 '블랙커피 블루스 밴드'를 기억한다. 노래로는 초창기 블루스 맨인 미시시피 존 허트와 라이트닝 홉킨스의 '커피 블루스'가 가장 유명할 터이고, 여러 재즈맨이 즐겨 연주한 '블랙커피'도 있다. 애절한 바이올린이 흐르는 밥 딜런의 '원 모어 컵 오브 커피'는 언제 들어도 짙은 커피 향이 나는 듯하다.
웬만큼 상권이 좋은 길목에는 한 집 건너 커피집이라는 요즘이다. 유명 가맹점은 물론, 개인적으로 바리스타(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 자격증을 따 가게를 하는 이가 많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최근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484잔을 마셔 2.1㎏의 커피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12잔보다 1.5배, 1995년 159잔보다는 3배 이상 많다.
그래도 세계적으로는 30위권 밖이다. 연간 10㎏ 이상 소비하는 룩셈부르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5분의 1 정도다. 커피 애호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고, 원산지에서의 노동력 착취, 대형 유통사의 폭리 등이 이유다. 그럼에도 블랙커피가 주는 씁쓸한 감미로움과 느긋한 여유의 유혹을 떨치기가 참 어렵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