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농헙, FTA 파고를 넘자] (4)친환경 농산물은 로컬 푸드의 핵심

"건강한 메뉴" 인기 0순위, 제철 품목 공급 경쟁력↑

미국 한 CSA 농장의 꾸러미 포장 모습. 경상북도 제공
미국 한 CSA 농장의 꾸러미 포장 모습. 경상북도 제공

로컬푸드의 핵심은 친환경농산물이다. 안전성과 참살이 트렌드를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집에서 정기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을 배송받는 꾸러미와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 농민장터 등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의 판로 확보와 농가 수익 확대를 꾀할 수 있는 학교 급식 식재료와 대기업'관공서'병원'일반 식당 납품 등도 활발하다.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이 FTA 시대를 맞은 농도 경북에 기회가 되는 이유다.

◆미국의 CSA(공동체지원농업)

미국 위스콘신주 버몬트밸리 로컬푸드 농장. CSA(City Support Agriculture'공동체지원농업) 19년 경력의 데이비드'바브 부부가 12명의 직원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반경 48㎞ 안에 있는 회원 1천200여 명에게 1인당 연간 회비 600달러를 받고, 30㏊ 면적의 농장에서 생산한 각종 친환경농산물을 매주 한 차례씩 공급한다. 차량 4대로 회원 가정에 직접 배송하고, 일부 회원들은 직접 가지러 오기도 한다.

특징은 흉작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이 줄거나 어려워지면 회원들이 기꺼이 해당 품목을 공급받기를 포기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공동체지원농업'(CSA)이다. 이 농장에서는 기후와 환경요인에 따른 재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구마,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등 50여 종 품목을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다. 그래서 몇 가지 품목의 흉작으로 공급이 어려워져도 전체적인 공급에 큰 무리는 없다. 회원들은 1년치 회비를 내고 친환경농산물을 꾸준히 공급받는 것으로 만족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 요인이 급증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생산농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지역농업에 기여하려는 소비자 운동 등을 바탕으로 CSA는 미국의 주요 친환경농산물 판로가 됐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CSA 농가의 평균 매출은 1개 농가당 32만8천달러(3억5천만원) 정도, 수익률은 40%(1억4천만원)나 된다.

미국 CSA 농가의 친환경농산물 판로는 회원 가정과 농민시장 등 두 종류다. 미국에서는 위스콘신주의 농민시장이 유명하다. CSA 농가들이 모여 시장을 열고, 도시 소비자들을 모아 도'농 축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매년 4~11월까지 위스콘신주 의사당 주변에는 2천~3천여 농가가 참가하는 시장이 열리고, 매주 2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찾는다.

◆국내는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미국 CSA와 닮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체가 경북지역에도 있다. 현재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업체 1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업체당 많게는 200여 곳의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가가 모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주 또는 격주로 친환경농산물을 배송하고 있다. 비용은 매달 5만~10만원 수준이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업체는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 수요가 있고, 사업성도 높다는 뜻이다. 경산에 있는 들풀애 영농조합의 경우 지역 11개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가가 모여 전국 150여 명 회원들에게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공급한다. 매출액은 연 30억원 규모다. 경북지역 친환경 인증면적은 2012년 기준 1만8천750㏊로 전국 2위 수준이며, 경북 총 경지면적 28만1천885㏊의 6.7%를 차지한다.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은 매년 26%씩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CSA와 비교하면 지역 친환경농산물 재배는 보완할 부분이 많다. 회원 가정을 대상으로 한 직거래 외에는 판로가 따로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들여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을 판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매시장에 공급하는 농가도 적지않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도매시장에 공급된 전체 농산물의 4.9%가 친환경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일반 농산물 가격으로 넘겨졌다. 미국 CSA의 경우 회원 가정과 농민시장이 서로 수급을 보완해주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농가조직화 및 공동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 완주군의 경우 로컬푸드 직매장 설립을 시작으로 지역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가의 판로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로컬푸드 직매장 출하는 물론 친환경 레스토랑과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 학교급식 납품까지 나서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경쟁력으로 이어가야

경북도는 올해부터 친환경농산물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우선 소비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량을 점차 확대한다. 친환경농산물 인증 경지면적을 2012년 3.1%에서 2017년 15%로 확대하기로 했다. 핵심은 판로 확보다. 우선 2020년까지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직거래 비중을 50%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큰 소비 수요처인 학교급식 등 공공조달 분야도 확대한다. 경북도는 학교급식의 친환경농산물 비중을 2017년까지 10%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 식재료 구입비 중 한 끼당 300원을 지원한다. 2006년 20만9천 명의 학생들에게 79억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올해는 33만8천여 명의 학생들에게 22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는 학교급식지원센터다. 센터는 식자재 전처리'저장'배송 등 업무를 맡아 각 학교에 원활한 친환경 농산물 공급을 돕는다. 현재 경북지역에는 안동, 포항, 영주, 김천 등 4곳에 설치돼 있고, 구미, 의성 등 2곳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이 밖에도 경북도는 친환경농업 R&D(연구개발) 강화 및 연구센터 설치에 6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축산 부문에서는 친환경축산 인증 농가를 2016년까지 2천500여 농가로 확대하고, 지역단위 친환경 축산단지를 2017년까지 3곳 설치할 계획이다.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의 경우 공동 회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각 업체들이 회원 확보를 위해 공동마케팅을 펼치고, 서로 부족한 품목의 경우 공유를 통해 구성을 다양화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또 공동물류체계를 구성해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준식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로컬푸드의 관건은 배후 소비지다. 경북은 대구, 포항, 경주, 구미, 경산, 안동 등 곳곳이 배후 소비지와 생산농가가 인접한 것이 장점"이라며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의 경우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 품목을 생산하고 있고, 계절별로 제철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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