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평화로운 가정을 기원하며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어떤 소망을 가지고 한 해를 맞을까요? 새해 새날을 맞으면서 바라는 소망은 대부분 그리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해맞이 객들에게 소망을 물어보면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자식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가족들이 화목하길 기원합니다', '자녀의 대학입시 성공을 기원합니다', '자녀의 취업을 기원합니다', '생활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길 바랍니다' 등이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소망은 위대한 성과를 내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과 가족들이 건강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기본적인 소망은 가족들의 건강과 평화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는 평화는 무엇보다 먼저 가정의 평화다. 가족들이 별 탈 없이 건강하고, 자녀들이 나이에 맞추어 성장하고,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 간에 화목을 바라는 것이다.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일어나서 건강한 몸으로 맡겨진 일을 하고, 저녁이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것이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요?

하지만 세상의 많은 가족들이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픔과 어려움이 있다고 평화로운 가정이 아닌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어찌 한 번도 병에 걸리지 않고, 아무 어려움도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우환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평화로운 가정을 꾸려가길 원하고 있으며, 실제 그렇게 사는 가정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가정들이 평화로울 수 있는 것은 비록 가족들 사이에 우환이 있고,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 있더라도 서로 믿고 사랑하며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에서 질병과 고통,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삶에서 겪는 이러한 어려움들 때문에 사람들이 불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순간에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 불행하게 된다. 달리 말해서 질병과 삶의 고통 때문에 사람들은 불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행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어디에서보다 가정에서 가족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고 싶어하며, 가족들의 격려와 위로가 있기에 힘들고 메마른 사회에서 희망과 행복을 잃지 않고 있다. 이런 가정이 참으로 평화로운 가정, 행복한 가정이다.

진정 평화로운 가정을 원한다면 가족들에게 온갖 어려움이 없기를 소원하기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간직할 수 있기를 소원해야 한다. 가족 간의 믿음과 사랑, 격려와 위로가 평화로운 가정의 불을 밝히는 연료다. 이 연료가 가정 안에서 불타오른다면 가정은 행복발전소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새해를 맞으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가족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 격려와 위로란 연료로 마음의 불꽃을 피우길 두 손 모은다.

김명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국제다문화대학원장 timoteo@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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