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별로 춥지 않게 지나갈 모양이다. 벌써 소한 대한이 다 지났고, 입춘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유난히도 추웠다. 얼음은 두껍게 얼고 눈도 많이 왔다. 그 시절에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냈을까? 그때의 아이들은 방안에 틀어박혀 있지 않았다. 별로 따뜻하지 않은 옷을 입고도 밖에서 잘도 뛰어놀았다. 겨울방학을 하면 책보를 던져놓기 바쁘게 마을 놀이터로 달려갔다.
겨울에 가장 많이 하는 놀이는 얼음지치기였다. 마을마다 저수지나 냇가에는 얼음판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두 발 썰매로 시작하지만 숙련이 되면 외발 썰매를 탄다. 외발 썰매는 좌우 균형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에 배우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대신 배우기만 하면 아주 재미가 있었다. 속력을 내면서도 방향 전환이 자유로워 마음대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고 묘기도 부릴 수 있었다. 급정거할 때는 얼음이 눈처럼 부서지는 스릴까지 맛볼 수 있었다.
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앉으면 그다음 날 아침에는 세상이 온통 하얗게 바뀌어 있었다. 둥근 초가지붕도 배불뚝이 장독도 모두 새하얀 솜 모자를 썼다. 우리는 눈밭으로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을 뭉쳐 팔매질을 했다. 우리는 천천히 달리는 버스나 트럭에 매달려 공짜 미끄럼을 타기도 했다.
어떨 때는 오소리를 잡는다고 오소리 굴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오소리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청솔가지를 부지런히 해다 날랐다. 굴 입구에 솔가지를 태워 열심히 연기를 피웠다. 하지만 오소리는 번번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 굴 안에 오소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심지어 그 굴이 오소리 굴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냥 전해 내려오는 말만 믿고 사냥을 나섰던 것이다. 어차피 무료해서 벌인 이벤트 아니었겠는가.
이 밖에도 산으로 토끼몰이를 간다든지, 연날리기나 팽이치기를 한다든지, 겨울철에는 할 수 있는 놀이가 참 많았다. 그 시절의 아이들은 들로 산으로, 아무리 추워도 추운 줄 모르고 자연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았다. 온실에서 자란 나무보다는 눈보라 몰아치는 벌판에서 자란 나무가 훨씬 강한 법이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한 마지막 세대가 바로 우리 베이비붐 세대다. 우리가 눈사람처럼 커지고부터는 겨울 아이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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