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영희와 함께 떠나는 세계일주] (2) 스톡홀름

다리와 만난 섬들, 삶을 이어 '물의 도시' 750년 문명 물줄기

발트해와 멜라렌 호수가 만나는 지점, 14개의 섬이 57개의 다리로 이어져 수려한 풍광을 펼쳐놓는 곳. 물의 도시 스톡홀름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 중 하나다. 750년 역사와 풍부한 문화를 가진 스톡홀름은 수준 높은 박물관과 명소로 매년 6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모여든다. 스톡홀름은 대도시 삶과 문명의 역사, 그리고 자연경관을 단 하루 안에 모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스톡홀름 여행은 보통 구시가지인 감라스탄에서 시작된다. 이곳 건물들은 대부분 16~18세기에 지어진 것. 양품점, 골동품 가게, 레스토랑이 구불구불 비좁은 길을 따라 늘어선 모습이 이국적이다. 그래서인지 건물 사이로 난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걷기만 해도 여행지의 느낌이 물씬 와 닿는다. 주요 관광지인 왕궁과 대성당, 귀족들의 집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북쪽으로 걷다 보면 왕궁이 나타나는데,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을 도입해 60년이라는 오랜 공사 끝에 1754년 완공한 곳이다. 1982년까지 국왕이 거주했지만, 지금은 왕가의 공식 행사나 외국 귀빈을 위한 만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영빈관 등 약 600개의 방이 있으며 그 일부는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왕궁 남쪽에 자리한 대성당은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서 깊은 성당으로 1279년 건립 후 몇 번의 공사를 거쳐 1840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국왕의 대관식, 결혼식이 치러지던 장소인 이곳은 1489년 제작된 '세인트 조지와 용' 조각이 최고의 장식으로 꼽힌다.

스톡홀름을 이루는 14개의 섬 가운데 유르고덴은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지역이다. 침몰한 군함 바사, 야외 박물관 스칸센, 린드그렌의 유니바켄 등 주요 관광지가 모두 이 섬에 있기 때문이다. 그중 반드시 봐야 할 곳은 바사박물관. 17세기에 건조된 왕실 전함 바사호는 1628년 처녀항해에 나서자마자 침몰해 3세기 넘게 바닷속 진흙에 매장돼 있다가 1961년 인양된 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7세기 전함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재현돼 그 위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를 장식했던 조각 일부와 선원들의 물품, 당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미니어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전시품들이 박물관의 수준을 높인다.

바사박물관 옆엔 '유니바켄'이 있는데, 이곳은 스웨덴을 여행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바로 얼굴 가득한 주근깨, 양갈래 머리에 큰 장화를 신은 '말괄량이 삐삐'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니바켄에선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삐삐 롱스타킹을 비롯해 스웨덴의 동화 작가 린드그렌이 창조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곳은 이야기 기차 전시관. 관람객들이 기차를 타고 린드그렌의 흥미진진한 동화 속 마을을 탐험하도록 구성해 놓았다. 2층에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열광케 하는 삐삐의 집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박물관이 있는 곳 역시 스톡홀름이다. 1891년 문을 연 스칸센은 '하셀리우스'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전통을 염려하던 중 전국에서 150채의 전통적인 건물을 옮겨와 보존한 것이 기초가 됐다고 한다.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통나무집에서 스웨덴의 고유 생활상을 재현해 재미를 더한다. 엘크, 곰 등 북유럽 동물 보호구역도 한쪽에 마련해 놓았다. 면적이 넓다 보니 알차게 돌아보려면 튼튼한 두 다리가 필수다. 스톡홀름 시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으로 손꼽힌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블루홀에서는 콘서트를 비롯해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매년 12월 12일에 열리는 노벨상 축하 만찬이다. 만찬 후 축하연은 시청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황금의 방에서 이어진다. 이 방 벽면엔 스웨덴의 역사 및 유명 과학자의 모습이 무려 1천800만 개의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일반인의 입장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가능한 곳이다.

이색적인 장소들도 눈에 띈다. 스톡홀름에선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도 감옥에서 하룻밤을 보낼 기회가 있다. 롱홀멘 호스텔은 인테리어, 기념품, 투숙객이 묵는 방을 모두 감옥 콘셉트로 한다. 1975년까지 실제로 죄수를 수용했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건물 한쪽에 예전 감옥 구조를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워낙 인기가 많아 성수기에는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버려질 뻔한 건물을 활용해 관광자원으로 바꾼 스웨덴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또, 스톡홀름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긴 아트 갤러리'로 불린다. 90개가 넘는 역이 예술작품처럼 장식돼 있기 때문. 동굴을 연상케 하는 벽과 천장에 각 역의 특성을 살려 페인팅하고 플랫폼 주변은 다양한 설치작품으로 꾸며놓았다. 중앙역에서 출발하는 가이드 투어를 통해 지하철역의 미술과 건축, 예술가에 대한 정보 외에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왜 지하철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스톡홀름을 둘러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톡홀름 카드를 구매하는 것. 이 카드 하나로 80개 이상의 주요 관광지 무료입장 및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버스, 트램, 페리,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시 곳곳을 마음껏 누비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주요 박물관 세 군데 이상을 둘러볼 때 스톡홀름 카드 사용이 경제적이라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명소를 방문하는 동안 이 아름다운 물의 도시를 가로지를 기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언더 더 브리지'라는 2시간짜리 보트 투어가 섬으로 연결된 이 도시를 구석구석 살펴보기에 가장 좋다. 대부분의 보트 투어는 스트룀카옌 앞 항구에서 매시 정각에 시작한다.

여행의 시작은 누구나 감라스탄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 끝은 모두 다를지 모르겠다.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품은 도시가 바로 스톡홀름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