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학들이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개혁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구조개혁 결과에 따라 자칫 대학의 존폐 위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육부 추진 계획이 '너무 흐리다'는 것이다. 지역 대학들은 "말 그대로 계획만 있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야권에서는 부실하고 무책임한 졸속 대책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정원 감축이 핵심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의 핵심은 '정원 감축'이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단계적으로 대입 정원을 감축하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고교 졸업자 수는 40만 명으로 불과 10년 새 23만 명이나 줄어든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당장 2018년부터 대학 정원은 고교 졸업자를 다 채우고도 1만 명이나 남는다. 대학 정원과 고졸자 역전 현상은 갈수록 심화해 2023년에는 그 차이가 16만 명까지 증가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1단계로 대학 정원 4만 명을 줄이는 등 2023년까지 총 16만 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22년까지 3주기로 나눠 주기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하고 평가등급에 따라 최우수 대학을 제외한 모든 등급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도입한다. 1주기(2014∼2016년), 2주기(2017∼2019년), 3주기(2020∼2022년) 각 3년간의 평가 결과를 통해 2015∼2017년 4만 명, 2018∼2020년 5만 명, 2021∼2023년 7만 명을 각각 감축한다.
교육부는 1주기 4만 명 감축의 경우 현재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정원 비율(63대 37)을 고려해 4년제는 2만5천300명, 전문대는 1만4천700명 줄이기로 결정했다.
◆구조개혁은 어떻게?
교육부는 절대평가 방식의 대학평가체제를 새로 도입해 구조개혁에 나선다. 각 대학을 평가해 '최우수' 등급에서 '매우 미흡' 등급까지 5등급으로 분류한 뒤 등급별로 정원을 감축하고 ▷정부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국가장학금 미지급 ▷학자금대출 제한 ▷지속적 퇴출 유도 등 차별적인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2회 연속 '매우 미흡' 등급을 받은 대학은 퇴출당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정원 감축을 위해 가칭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법률에 따라 대학 평가지표를 포함한 평가계획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오는 5월까지 마련한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교육계, 한국대학협의회'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산업계, 법조계, 언론계, 지역발전위원회 등이 추천한 인사 20명 이내로 꾸려진다. 앞서 27일 교육부는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을 대학구조개혁위원장에 위촉한 바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번 구조개혁 계획 추진을 통해 대학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지방대'전문대가 상생 발전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졸속 부실 발표 논란
지방대'전문대 상생을 강조한 교육부 입장과 달리 지역 대학가와 야권에서는 "핵심적인 내용이 빠지거나 없다"며 졸속'부실 발표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전국 순회 정책토론회에서 지방대학들은 수도권-지방, 4년제-전문대 구분을 요구했다"며 "당시 교육부는 긍정적 검토를 약속했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4년제-전문대만 구분하고 수도권-지방은 구분 없이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역 대학가는 또 "교육부 발표 내용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인지 자세한 평가기준을 알 수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방대에 불리하지 않은 방안을 내놓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 방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 역시 28일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으로 수도권과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대학과 대학원의 비중과 역할을 어떻게 재조정할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며 "단지 학생 모집정원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교육부가 구조개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발표를 위한 발표를 한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대구경북 대학들은 "오는 5월 예정된 세부 평가지표 발표에서는 보다 확실한 지방대'전문대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대학 정원 감축과 지역 균형 발전의 대의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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