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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백일장] 수필-설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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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촌놈'이라는 말이 너무 듣기 싫었다. 시골의 강렬한 햇볕에 그을린 거무스레한 얼굴은 금방 보아도 시골 아이인 줄 아는 것 같았다. 요즈음은 성격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시골 태생이라는 꼬리표에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겨울이 되면 놀이라곤 꽁꽁 얼어붙은 논에 가서 얼음지치기, 소나무 숲에서 뛰어노는 것이 겨울방학의 즐거움이었다. 공부라는 말을 몰랐다.

설날이 다가오면 새로운 놀이 문화를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설날을 손꼽아 기다림은 지루한 하루하루였다. 매년 설날이 다가올쯤이면 손수레에 뻥튀기 기계를 싣고 오는 아저씨가 있었다. 온 동네 아이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보는 것만으로 신나고 즐거웠다. 설빔 준비를 알리는 신호였다. 가래떡, 강정 등으로 어머니의 분주함 또한 시작된다. 쌀, 콩, 보리쌀 갖가지 잡곡을 넣어 장작불로 뻥튀기 기계를 달군다. 최고의 절정은 뻥튀기 아저씨의 "뻥이여" 소리에 아이들이 귀를 두 손으로 막으며 무서움 반 설렘 반으로 조마조마하게 긴장하던 생각이 난다.

요즈음 그때 그 맛을 떠올리기 위해 길을 지나가다가 튀밥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 봉지 산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그 맛이 아니었다. 왜 그럴까? 동네 아이들과 흥겹게 더불어 기다리는 즐거움, 이방인의 진한 사람 향기에 취해 돋우어 주는 맛이라서 그런가 보다. 지금도 어린아이처럼 그때 마음으로 설날이 너무 기다려진다. 뻥튀기 아저씨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장명희(대구 달서구 성서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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