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만에 제 모습 찾은 비슬산 '기도 도량'의 위엄

대견사 중창사업 마무리

중창사업을 완료한 대견사. 달성군 제공
중창사업을 완료한 대견사. 달성군 제공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스님들 사이에는 '북 봉정 남 대견'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왔다. 우리나라에서 기도 도량으로는 북쪽 설악산의 봉정암과 남쪽 비슬산의 대견사를 최고로 꼽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1917년 대견사의 존재가 일본의 국운을 짓누른다며 일제에 의해 강제 폐사된 이후 이 말은 유명무실해졌다. 그랬던 대견사가 3년 6개월의 중창사업을 마치고 1일 성대한 개산식을 가졌다. 옛 명성을 되찾을 것을 기약하게 된 것이다.

◆100년 만에 복원

대견사 본사인 동화사는 50억원을 들여 대웅전을 비롯해 대견보궁'선당'산신각'요사채 등의 건물을 폐사 당시 모습으로 최대한 복원했고, 앞으로 20억원을 더 투입해 일주문과 종루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복원 작업 총지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이자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47호인 도편수 최기영 대목장이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는 사찰 복원 전문가다. 영주 부석사'전북 정읍 내장사'충남 공주 마곡사'경기 강화 보문사 등 이름난 사찰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 복원됐다. 그는 조선시대때 숭례문을 축조한 도편수 최유경의 후손이기도 하다.

◆부처님 진신사리 모신 적멸보궁

대견사는 명품 복원뿐만 아니라 적멸보궁으로 다시 태어난 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이다. 진신사리가 불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찰에 불상은 모시지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견사에 봉안한 진신사리는 지난해 11월 동화사가 스리랑카 쿠루쿠데 사원에서 모시던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기증받아 이운한 것이다. 동화사는 지난해 6월 동화사를 방문한 페리라 스리랑카 해외고용'복지부 장관에게 진신사리 기증을 요청했고 이후 스리랑카를 방문해 기증 협의를 매듭지었다. 이 진신사리는 서기 103년부터 스리랑카 도와 사원에서 보관해오다 1881년부터 쿠루쿠데 사원에서 모셔진 사리 4과 중 하나다.

달성군은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적멸보궁 2곳이 자리한 자치단체가 됐다. 다른 한 곳은 용연사다. 국내에 있는 적멸보궁은 경남 양산 통도사'강원 오대산 상원사'설악산 봉정암'태백산 정암사'사자산 법흥사'경남 사천 다솔사'달성군 용연사와 이번에 대견사까지 포함해 모두 8곳이 됐다.

◆불교관광명소로, 최고의 기도도량으로

달성군은 이번에 복원한 대견사와 비슬산이 함께 새로운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견사가 있는 비슬산의 해발 1,083m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암괴류와 참꽃(진달래) 군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여기에 일연 스님이 22년간 머무르며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했고,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는 적멸보궁이기도 한 대견사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 관광객들을 그러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찰 본연의 가치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동화사 법희 스님은 "대구 북쪽의 팔공산이 산세가 웅장해 아버지산이라면 남쪽의 비슬산은 온화하고 부드러워 어머니산으로 여겨진다. 그런 정서와 기운이 감싸는 대견사는 최고의 기도도량으로 손색없다"고 말했다.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대견사 중창은 일개 사찰을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일제에 의해 강제 폐사된 유구한 민족 문화유산을 재현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운 뜻 깊은 일로 평가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견사를 국운융성과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도량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