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산'(開山)은 본래 '개문견산'(開門見山)의 준말로, 글자 그대로 '문을 열어 산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개산이라는 용어는 중국 동진(東晉) 시대에 처음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에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교용어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개산의 불교적 의미가 다양화되었고, 산중에 터를 닦아 절을 창건하는 것을 개산이라고 하였다. 또한 9산선문(九山禪門)과 같은 새로운 종파가 생겨나는 것을 이르기도 하였고, 한 종파의 창시자와 같은 고승대덕(高僧大德)을 칭하여 개산'개산조사(開山祖師)라고도 하였다.
갑오년 3'1절인 오늘, 달성군의 진산(鎭山)인 비슬산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사지(寺址)로만 남아 있던 대견사(大見寺)가 창건에 다름없는 중창 불사를 회향(廻向)하고 개산대재(開山大齋)를 봉행한다. 개산대재란 사찰의 창건을 기념하여 여는 큰 법회를 말한다.
대견사는 810년(신라 헌덕왕 2) 보당암(寶幢庵)으로 창건되었으며, 고려 후반기 일연 스님이 오랫동안 주석(駐錫)하면서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집필을 시작한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조선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견사로 절 이름이 바뀌었고, 1917년 '대견사가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강제 폐사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번에 중창된 대견사는 절터만 남아 있던 상태로, 신라 당시 축조된 축대와, 삼층석탑, 동굴대좌, 마애불 등의 옛 흔적만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달성군이 지역 주민의 뜻을 받들어 대견사 복원을 염원하였고,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대견사를 복원 완공하게 되었다.
달성군과 동화사 간의 사찰 건립 협약, 2013년 3월 1일 기공식, 9월 14일 상량식을 거쳐 2014년 3월 1일 역사적인 개산식을 열게 된 것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견보궁(大見寶宮), 선당, 산신각, 요사채가 들어섰으며 이어서 종각과 일주문 등이 건축될 예정이다.
대견사 중창은 1천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민족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데 의의가 있으며, 민족정기를 드높이는 비보사찰(裨補寺刹)로서의 호국적 의미 또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대견사 복원은 대구경북의 긍지와 희망이 되고, 비슬산은 삼국유사와 일연 스님의 테마를 간직하며 참꽃축제와 더불어 최고의 명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천년 고찰 대견사! 해발 천m의 깎아지른 절벽을 딛고 삼층석탑이 솟아 있다, 아니 하늘을 받치고 있다. 남쪽으로는 관기봉이 늠름하고, 서쪽으로는 석양에 물든 낙동강의 황금빛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묘묘(妙妙)한 바위들 가운데로 하늘 닿은 절, 대견사가 오늘 비슬산을 열었으니, 일연 스님의 사자후(獅子吼)로 대견사 중창의 축시(祝詩)를 대신한다.
'생계불감(生界不減) 불계부증(佛界不增) 지삼계여환몽(知三界如幻夢) 견대지무섬호애(見大地無纖毫◆)', '중생계는 줄지 않고 불계는 늘지 않는다. 삼계가 허황한 꿈과 같음을 알았으며 대지는 가는 터럭만큼도 거리낌이 없음을 보았노라!'
지거 스님/동화사 부주지. 청도 용천사 주지 yong1004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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