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걷고 싶은 대구의 봄길] 봄, 떠나기 전에 만나로 가야지∼

앞산자락길·팔공산길·두류공원길·강정고령보길

바쁜 일상을 사는 도시인들이 봄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출근길에 지나치는 아파트 화단의 개나리가 한두 송이 피어날 때나 TV 뉴스에서 기상예보를 하면서 벚꽃 개화 시기를 이야기할 때쯤이 돼서야 '봄이 오긴 오는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낄 뿐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올봄은 제대로 느끼고 여름을 맞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문제는 이 다짐을 실천하기에는 봄이 너무 짧다는 데 있다. 신문과 TV 뉴스에서 "이번 주말도 황사가 몰려온다"고 하면 나가기 두려워져 한 주 미루고, 하필 주말에 봄비가 오는 바람에 한 주 쉬고, 일상에 지쳐 나가기 귀찮아 한 주 지나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이미 져서 바닥에 깔린 벚꽃 잎과 노란 꽃잎은 온데간데없고 녹색 잎으로 치장한 개나리를 맞이하게 된다. 그제야 우리는 "올해 봄도 제대로 못 즐기고 보내는구나"라고 안타까워하며 장롱에서 여름옷을 꺼내놓는다.

봄은 짧다. 5월부터 반팔 옷을 꺼내 입는 사람이 많은 대구의 봄은 다른 곳보다 더욱 짧다. 어영부영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봄을 떠나보내야 한다. 이번 봄만큼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부담 없이 나설 수 있는 대구지역의 걸을 만한 봄길 4곳을 엄선해 기자들이 미리 걸어봤다.

◆앞산자락길은

-고산골에서 달비골에 이르는 산자락길 13.6㎞ 구간이 경사도가 낮은 지점들을 평평하게 이어져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전 구간에 걸쳐 '앞산자락길' 표지판과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길을 놓칠 염려가 없다.

-앞산순환도로와 가까워 산길을 걷다가도 어디서든 하산해 맛둘레길, 곱창골목, 카페거리 등에서 즐길 수 있다.

-구간마다 야생화와 식물들이 심겨져 있고, 나무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 자녀와 식물 이름 알기 놀이도 할 수 있다.

◇안지랑 곱창골목

곱창이라는 한 가지 메뉴를 중심으로 60여 곳의 업소가 영업하고 있다. 저녁 시간이면 수십 개 업소에서 동시에 피어오르는 곱창 굽는 냄새가 지나는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연탄불로 구워내는 곱창은 가격이 저렴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런 덕분에 20, 30대 젊은 남녀들도 많이 찾는다. 간간이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도 찾아 곱창의 맛을 즐긴다.

◇별자리 체험학습장

앞산순환도로에서 앞산 골안골로 진입하는 지하보행로 48m에 광섬유를 이용해 별자리를 꾸며놓았다. 12 별자리와 유성 등 천체의 다양한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LED를 활용한 별자리 정보, 신화 이야기판도 설치되어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찾으면 누구나 쉽게 별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앞산 맛둘레길

현충삼거리~앞산빨래터공원 1.5㎞ 구간에 30여 개에 달하는 갤러리와 카페, 레스토랑이 밀집되어 있다. 보행자 중심 거리도 조성되어 있어 앞산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문화와 여유로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물거리이다.

◆팔공산길

'팔공컨트리클럽 삼거리에서 수태골까지 약 3.5㎞ 길로 약 1시간 소요.

'4월이면 거대한 벚꽃 터널을 이뤄 수태골까지 이어진다. 시민안전테마파크부터 수태골까지의 도로는 '한국의 경관도로'로 지정된 곳이다.

'팔공산케이블카 출발지가 인근에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팔공산의 봄을 감상할 수도 있다. 동화사 약사여래대불의 웅장한 자태를 감상하는 것은 덤이다. 글'사진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 시민안전테마파크

대부분이 체험장 시설이고 체험장은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하지만 본관 1층의 방재미래관은 예약 없이 관람이 가능하며 최근 개장한 2관은 주말에는 현장에서 체험 예약 접수가 가능하다. 방재미래관은 우리나라 재난 피해의 역사와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때 불탄 전동차가 전시돼 있다. 2관에는 옥내 소화전 사용 방법, 화재로 인해 실내에 연기가 가득 찼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 심폐소생술 방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무료.

◇ 자수박물관

시민안전테마파크 바로 옆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개인 박물관이 있다. '자수박물관'이라고 이름붙여진 이곳에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자수 작품들이 약 1만 점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초'중'고교생은 3천원, 성인은 5천원이며, 무료로 커피나 전통 차를 대접받을 수 있다.

◇ 카페 라데팡스와 90210

건강식 위주의 식당이 대부분인 동화사 집단시설지구에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다. 동화사 후문매표소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있는 '라데팡스'. 라데팡스 1층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실 수 있는 곳이고 2층에는 테이블이 있다. 낮 12시 이후에는 파스타도 맛볼 수 있다. 커피 가격은 6천~8천원 사이이고 파스타 가격은 1만4천원 안팎이다. 커피는 테이크아웃하면 4천~5천원으로 떨어진다. 팔공산 자연공원 관리사무소 맞은편의 카페 '90210'은 모던한 인테리어로 손님들을 사로잡고 있다. 90210은 미국 비버리힐즈의 우편번호라고 한다.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4천원, 다른 메뉴는 5천원 안팎이다.

◆ 두류공원길은

'도시 한가운데서 봄을 즐길 수 있는 많지 않은 곳 중의 한 곳이다. 도로와 산책로를 따라 벚꽃들이 장관을 이룬다.

'코오롱 야외음악당을 중심으로 펼쳐진 잔디밭은 낮에는 돗자리를 깔고 햇볕을 쬐는 시민들로, 밤에는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시민들로 항상 북적인다.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이 더 낫다. 공원 안에 5개 주차장이 있어 2천여 대를 주차할 수 있지만 인파가 몰릴 때면 주차 장소를 찾느라 낭만을 만끽하기 힘들 것이다.

'공원 안에 두류도서관도 있으니 혼자 찾는 이들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사색에 빠져도 좋을 듯하다.

◇인물동산

두류공원 안에는 근대 역사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는데 바로 인물동산이다. 이곳은 지역을 빛낸 인물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저항시인 이상화를 비롯해 소설가 현진건, 화가 이인성, 독립운동가 백산 우재룡 선생 등의 흉상과 기념비가 세워졌다. 근처에는 2'28 민주의거 기념탑도 있으니 이승만 정권의 폭정에 항거한 과거 학생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대구관광정보센터 맞은 편.

◇참새의 방앗간, 지나칠 수 없는 매점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 매점이다. 주요 메뉴는 우동과 김밥, 떡볶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해물야채전도 있다. 가격은 우동 3천원, 김밥 2천500원, 떡볶이 3천원 수준이다. 안은 무조건 금연이다. '99세 미만인 분들은 흡연을 금지한다'는 위트 있는 플래카드가 매점 안에 붙어 있다. 광장 주차장 바로 옆 매점을 포함해 총 4곳.

◇카페 다류원

두류파출소 맞은편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주요 메뉴는 국화차와 풀잎차, 보이차로 가격은 5천원 선.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 같은 커피도 함께 판다. 하지만 카페인이 싫은 날이라면, 벚꽃길을 걷다가 잠시 머물며 차를 마실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류원을 추천한다. 차 재료는 구미에 있는 다원에서 모두 공수해온다고 한다. 2인 이상 시킬 수 있는 전통차는 1인당 6천원. 전통차를 시키면 다류원에서 직접 만든 양갱도 함께 제공된다. 흑임자 빙수, 말차 빙수 등 차를 활용한 계절 빙수도 있다.

◆강정고령보길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자연은 가까워진다.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정고령보는 봄바람을 따라 걷기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더 좋은 곳이다. 이곳에 화려한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사람으로 북적이는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강 풍경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장소다. '디아크' (The ARC) 전망대에 올라가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된다. 차가 없어도 괜찮다. 강정고령보 근처에 있는 도시철도 2호선 강창역과 대실역에 내려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4대강 물문화관, 디아크

강정고령보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 바로 디아크다. 강 표면을 가로지르는 물수제비,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같은 모습을 건축물에 담아냈다. 지하 1층 전시실에는 파란색 마네킹 수백 개가 허리 숙여 인사하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의 이름은 '그리팅맨' (greeting man). 문화와 인종적 편견을 초월한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인사'에 담았다고 한다. 3층 전망대는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와 포토존으로 딱이다. 야경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디아크의 야간 조명을 카메라에 담으러 일부러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입장은 무료.

◇강정고령보 자전거길

사실 이곳은 걷기보다 자전거를 타기에 알맞은 곳이다. 특히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구르고 싶다면 강정고령보 자전거길이 제격이다. 잘 닦인 길 덕분에 자전거를 타고 유랑하는 여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온 직장인 박광현(40) 씨도 자전거를 타고 금호강을 따라 강정고령보까지 왔다. 자전거 양쪽에 가득 실린 짐꾸러미를 보고 '자전거 여행자'임을 눈치 챘다. 박 씨는 "국도를 따라 자전거를 탈 때는 차 때문에 조금 위험했지만 지금은 자전거길이 아주 잘 정비돼 있어 안전하다. 또 곳곳에 쉴 수 있는 장소도 마련돼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자전거가 없는 이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계명대역, 강창역, 대실역에서 신분증을 맡기면 자전거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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