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수성가' 자랑스러운 어업인] '신지식인' 최준식 신창수산 대표

"동해안 양식업자는 내 제자들"

"틀에 박힌 생각이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먼저 실행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바다는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포항 유일의 수산 신지식인 신창수산(포항시 남구 장기면) 대표 최준식(54) 씨. 직원 8명이 있는 업체 대표이면서도 그는 여전히 새벽 5시에 일어나 직접 바다에 나가고 저녁 9시가 넘어야 손을 놓는다.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장학생이었던 그는 아버지가 갑작스레 쓰러지는 바람에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기술도, 자본도 없었기에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어업이 유일한 길이었다. 200~300마리씩 조그맣게 멍게 양식을 하던 그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어류 양식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경북 동해안은 어류 양식의 불모지였다. 파도가 심해 양식어구를 망치거나 가둬두었던 어류들이 스트레스로 폐사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모두 안 된다고 했지만 정말 자신 있었어요. 실패한다면 다시 시도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최 씨는 중단했던 학업을 이어가면서 삶의 새로운 계기를 맞는다. 포항 장기면에서 대구까지 매일 4시간을 달려 통학했고, 대학 도서관에 틀어박혀 어업 관련 서적을 계속 읽었다.

6년 뒤 최 씨는 대학 졸업장과 함께 독특한 아이디어를 하나 건져냈다. 파도가 심한 해상 대신 심해에 가두리 양식을 설치하는 '침하식 양식어법'이었다.

침하식 양식이란 파도가 심한 해상을 피해 바다 밑에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어 물고기를 키우는 방식이다. 먹이를 줄 때나 수확할 때는 도르래를 이용해 양식장을 들어 올리면 된다.

현재 동해안의 어류 양식은 모두 최 씨의 방법을 이용한다. 특허출원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으나 최 씨는 자신의 기술을 어업인들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최 씨는 2007년 포항에서는 최초로 '수산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동해안의 양식업자는 모두 저의 제자이지요.(웃음) 저도 바다에서 얻어갈 뿐인데 그것을 아까워할 필요가 뭐 있나요. 열심히 일하는 분들은 모두 그 나름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것을 허투루 보지 않고 꾸준히 갈고 닦는 것이 바로 지식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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