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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창업열풍'…어깨 힘 빼고 종업원 경험부터

지난해 금오공과대 LINC(링크)사업단이 연
지난해 금오공과대 LINC(링크)사업단이 연 '2013 창업캠프' 현장 모습. 매일신문 DB
영남이공대가 지난해 창업보육센터를 열었다. 자동차계열 학생들이 실습을 받고 있다.
영남이공대가 지난해 창업보육센터를 열었다. 자동차계열 학생들이 실습을 받고 있다.

# 지난해 초 25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 한 신성철(53) 씨는 최근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창업에 대한 가족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다. 당초 신 씨는 명예퇴직을 결정하면서 국민연금'개인연금'오피스텔 임대소득, 간헐적 공공근로 등으로 빠듯하지만 생계를 꾸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명예퇴직금으로 장만한 오피스텔의 임대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연금 수급액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인 두 자녀들의 교육비 지출도 예상보다 컸다.

결국 신 씨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과 광고를 믿고 통닭집을 차리기로 했다. 제법 매출이 좋다는 지인의 가계도 둘러보고 가맹점 설명회에도 다녀왔다.

그러나 가족회의가 시작되자 부인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투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사업실패 때 노후빈곤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자녀들 역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추가소득이 없으면 자녀들의 결혼에 대비한 자금을 교육비로, 두 부부의 노후자금을 자녀들의 결혼비용으로 당겨써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결국 신 씨는 좀 더 고민한 뒤 다시 논의하자는 말로 가족회의를 마쳤다.

창업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돈을 불릴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창업자 가운데 절반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대구경북보다 경기가 좀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에서조차 창업 후 생존율은 1년 뒤가 81%, 2년 뒤는 67%, 3년 뒤는 54%였다. 창업한 후 3년 동안 가게 2곳 중 한 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문을 닫지 않더라도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창업을 하지 않고 일자리를 구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급여가 기회비용으로 사라진 셈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권리금이라는 '자영업 퇴직금'이라도 건질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보다 윤택한 생활을 위해 선택했던 창업이 오히려 노후빈곤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자기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적은 '조급함'이라고 지적한다.

황윤정 열린사이버대학 창업학과장은 "보통사람들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좌우할 창업을 결심하면서도 전혀 시간투자와 준비를 하지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그렇듯 자신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당장 창업아이템을 너무 급히 찾으려 하지 말고 창업시장의 트렌드와 일반 창업의 절차, 창업의 종류, 창업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노하우와 전략, 창업실패사례와 성공사례, 창업법률과 세무 등 창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 공부부터 천천히 소화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황 교수는 은퇴 후 창업의 경우 실패 때 재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 가운데 대다수는 주변 지인들의 성공담에 자극을 받은 분들이다. 그러나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의 소식은 잘 들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본인 역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만큼 수익도 커진다', '창업은 타이밍이다'

은퇴 후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듣는 조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언을 듣지 않아도 좋다고 당부한다. 초보창업자들의 경우 사회의 변화속도를 경영활동에 반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특히 은퇴 후 창업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드는 '도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조급한 창업으로 실패하지 않으려면 해당 업종에서 종업원으로 일해 보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퇴 전 사회적 지위만 생각해 손님들의 비위를 잘 맞추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고 실제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온갖 위기를 월급을 받으면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 창업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에 필요한 자격증 또는 기술을 본인이 가진 상태에서 창업할 경우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자치단체 및 대학 곳곳에 마련된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은퇴 후 창업을 준비할 때는 자신의 건강상태와 에너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자칫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이 생기면 창업으로 얻을 수익의 대부분을 병원비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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