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굿 샷∼!' 개굴♬ 개굴♪…선산CC 1번 홀 나무 옹이, 10년째 개구리 가족 터전

조심 조심 바깥 세상 구경 "골퍼들 짓궃은 장난 사양"

구미 선산CC 아웃코스 1번 홀 티 박스 옆 1m 높이의 나무 옹이구멍에 개구리가 10여 년째 살고 있다. 3일 오후 개구리가 고개를 내밀며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골퍼들의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 철망을 둘렀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구미 선산CC 아웃코스 1번 홀 티 박스 옆 1m 높이의 나무 옹이구멍에 개구리가 10여 년째 살고 있다. 3일 오후 개구리가 고개를 내밀며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골퍼들의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 철망을 둘렀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개구리가 사는 곳은 대부분 물이나 물가다. 뭍으로 올라와서는 수분 공급을 받기 어려워 살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이다. 개구리 몸의 표면은 항상 젖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무에 터를 잡고 사는 개구리가 있다. 구미에 있는 선산CC 아웃코스 1번 홀 화이트티 티 박스 옆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나뭇가지 위가 아니라 옹이구멍 속이다. 골프장 측은 최근 사람들의 손을 탈 수도 있어서 옹이구멍 쪽에다 방책을 세웠다.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세상'이 있었다. 햇빛과 비바람 그리고 천적들의 공격까지 피할 안식처가 있었다. 필수 환경인 물도 있다. 개구리 식구들이 터전으로 삼을 만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선산CC 손준철 사장은 "개구리가 그곳에 산 것은 벌써 10년 가까이 된다. 한동안 둥지를 틀고 살다가 몇 년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게 지난해부터이다"라며 "개구리가 다시 나타나고부터는 내방객들 사이에 화젯거리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개구리의 수명이 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6~15년 정도나 된다고 하니, 1세대인지 아니면 2, 3세대 개구리인지는 사람들도 잘 모른다.

선산CC를 자주 찾는 골퍼들 사이에 느릅나무 과에 속한다는 이 나무는 '개구리가 사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과 경기보조원들의 이야기를 모으면 그 옹이구멍 속에 어미와 새끼 개구리가 세 마리 정도가 산다고 한다. 물이 고여 있어 사람들이 들여다보면 고개를 물속으로 숨긴다. 사람들이 '잘 생긴' 개구리 얼굴을 보고 싶어 해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다 인적이 끊겼다 싶으면 물 위로 눈을 내밀고 안전을 확인한 후 나무 밖으로도 내밀어 세상 구경도 한다. 가끔 옹이구멍 입구에 걸터앉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손 사장은 "골프를 치다 개구리를 본 사람들은 괜히 기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옹이구멍 속 깊이는 내시경을 통해서 정확하게 측정해봐야 알겠지만 '짓궂은' 사람들의 경험으로는 30㎝는 넘는다고 한다. 물이 찰랑찰랑 고여 있을 정도니까 머금고 있는 물의 양도 적지 않다. 빗물이 스며들었다는 사람도 있고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수종이라서 수액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그럴 듯한 '학설'을 펴는 사람도 있다.

그게 빗물이든 수액이든 중요하지 않다. 이들 개구리 식구들이 천적의 공격이나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표현(구멍에 막걸리나 음료수를 붓기도 하고 골프채로 나무를 두드리는 경우도 있다)으로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옹이구멍 속,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굿 샷'함성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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