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지난해에 발행한 주택통계연감에 따르면 2012년 대구의 총 주택 수 91만7천459가구 중 아파트는 51.9%(47만6천456가구)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대구 시민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대구지역 아파트의 과거와 오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흔치 않거니와 알려고 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아파트의 가격, 입지, 가치 이외에 대구 지역 아파트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찾아봤다. 동네 부동산이나 복덕방에서 집 알아보다 아는 척할 때 던지면 좋을 이야기들이다.
◆대구에 첫발을 내디딘 아파트는?
대구에 아파트가 맨 처음 들어선 곳은 1966년 대한주택공사(현 LH)가 대구 남구 대명동에 지은 공무원아파트다. 민간주택으로 처음 분양된 아파트는 1968년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 건설된 성당시영아파트다. 두 아파트 모두 현재는 재건축돼 옛날 형태를 찾을 수 없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1969년에 건설된 동인아파트다. 대구 중구 동인동 신천교 네거리에서 동신교 방향 신천대로 진입로를 지나다 보면 가로수 사이로 매우 낡아 보이는 아파트 다섯 동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동인아파트다. 동인아파트는 1969년 대구도시공사에서 동인동 일대를 정비하면서 지은 아파트로 4층 복도식인 이 아파트는 특이하게 복도 바깥에 만들어진 나사식 경사로가 계단을 대신한다. 워낙 낡았다 보니 곳곳에 수리의 흔적이 역력하다. 현관문도 제각각인데다 1층 맨 끄트머리에 있는 몇몇 집은 복도까지 공간을 터서 쓰고 있었다.
동인아파트 앞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류위경(86) 씨는 동인아파트가 맨 처음 세워질 때 입주해서 20년 가까이 살다가 이사를 했다. 류 씨는 입주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40년 전에 이 아파트 지을 때 이 동네 근처는 '판잣집' 천지였어요. 그거 밀고 이 아파트 지으면서 당시에 살던 사람들 중 일부가 분양을 받았지요. 33㎡(10평)에 방 2개, 화장실, 거실 겸 주방으로 돼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분양받으면 아파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도배, 내부 마감도 다 입주민이 해야 했지요."
◆동덕로, 대구지역 옛 아파트 전시장
도시철도 2호선 경대병원역에서 대백프라자 방면으로 가다 보면 아파트촌이 형성돼 있다. 낡은 아파트들이 대부분이지만 이 아파트들 중 일부는 대구 아파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기도 하다.
경대병원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만날 수 있는 경남센트로팰리스는 2007년 완공됐다. 2003년 분양 당시 대구에 흔치 않았던 43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주목을 받았고 2000년대 초 서울지역의 타워형 주상복합아파트의 성공에 힘입어 대구지역에 시도된 초창기 타워형 아파트였다.
센트로팰리스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대봉 청구맨션은 대구지역 첫 1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다. 1978년에 완공된 이 12층 아파트는 분양 당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모험에 속하는 사업이었다. 지금 대봉 청구맨션은 주변 아파트들에 비해 매우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편이다. 인근의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아직도 청구맨션은 나오면 잘 팔리는 편"이라고 언급했다.
대봉 청구맨션 뒤편의 아파트들 또한 30년 이상 된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1972년 지어진 대구맨션이다. 그 뒤로 대봉맨션(1973년 완공), 청호맨션(1979년 완공), 송정맨션(1980년 완공), 삼익맨션(1981년 완공), 한양가든테라스하우스(1982년 완공) 등이 밀집돼 있다. 대백프라자 근처의 청운맨션은 1986년에 완공돼 젊은 축에 속한다. 이 중 한양가든테라스하우스는 당시 185㎡(56평) 이상의 넓은 평형대와 1억원이 넘는 분양가, 값비싼 외산자재 사용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 1층 상가에는 지하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돼 있다. 지금은 지하 1층 상가가 문을 닫아 가동하지 않는다.
동덕로 주변이 이처럼 대구지역 아파트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 된 데에는 이 지역이 아파트 건립 당시 대구지역의 부자동네에 속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덕로 근처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 아파트 이름이 다 '맨션'으로 끝난다는 건 당시에는 다들 고급아파트였다는 증거"라며 "예전에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형이 청운맨션에 살았을 정도로 이 동네는 대구의 전통적인 부촌이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대구지역 부유층들은 삼덕동 주변에 단독주택에서 살았는데, 경제가 발전하면서 발생한 중산층이 삼덕동에는 못 들어가고 옆 동네인 대봉동의 고급맨션아파트에 살게 됐다는 것이다.
글 사진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숫자로 보는 대구 시내의 집(자료:2013 대구시 주택통계연감)
◇51.9대 42.2
대구지역의 주택 형태 중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비율이다. 2013 대구시 주택통계연감에 따르면 대구시의 주택 중 공동주택의 비율은 전체 주택의 57.7%(52만9천866가구)이다. 이 중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51.9%(47만6천456가구)를 차지해 단독주택 비율인 42.2%(38만7천593가구)를 앞질렀다. 이처럼 아파트는 대구 시민 주거 형태의 다수를 차지하는 공간이 됐음이 통계에서도 드러났다.
◇57
대구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는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의 범어 SK리더스뷰로 가장 높은 동이 225m(57층)다. 그전까지는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의 두산 위브더제니스로 178m(54층) 높이였다.
◇102.7
2013 대구시 주택통계연감에 따르면 대구시의 가구 수는 89만3천456가구이며, 주택 수는 91만7천459가구로 집계돼 주택보급률 102.7%를 기록했다. 대구의 주택보급률은 해마다 늘어 2003년 85.3%보다 17.4%포인트 증가했다.
◇1930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충정아파트가 건립된 연도다. 충정아파트는 1930년 일본인 소유주 도요다 다네오의 이름을 따 '도요다아파트'로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서울역, 반도호텔과 함께 서울역 부근의 랜드마크였으며 한국전쟁 때 미군이 호텔로 쓰기도 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는 동인아파트로 1969년에 지어져 45년째 그 자리에 서 있다. 동인아파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면을 보면 알 수 있다.
◇4,256
대구시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단지는 수성구 청수로의 캐슬골드파크로 총 4천256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이 아파트단지는 2000년대 초 황금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곳으로 당시 '한강 이남 최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은 곳이기도 하다.
◇220,978
대구지역 8개 구'군 중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구는 달서구였다. 달서구에는 아파트와 주택을 합쳐 22만978가구의 주택이 몰려 있다. 달서구에는 상인, 성서, 대곡, 월성, 용산, 장기지구 등 대구지역의 주요 아파트촌이 몰려 있다. 달서구 다음으로 많은 주택이 몰려 있는 곳은 칠곡, 동'서변지구가 있는 북구로 아파트와 주택을 합쳐 총 16만1천478가구가 건설돼 있다. 가장 주택 수가 적은 구'군은 중구로 아파트와 주택을 합해 3만720가구를 기록했다.
◇1,040,000,000(10억4천)
대구에서 가장 비싼 단독주택은 중구의 한 단독주택으로 763㎡의 대지에 건물 평수는 286.87㎡이며 가격은 10억4천만원이었다. 현재 대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수성구의 354㎡ 아파트로 매물가 15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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