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3차전은 '히어로'가 수시로 바뀌는 대접전이었다. 6회 1사까지는 퍼펙트를 기록한 삼성 선발 윤성환이, 후반에는 동점 만루홈런을 터뜨린 SK 최정이 주역이었다.
하지만 이날 '야구의 신'은 임창용을 위한 시나리오를 미리 써둔 듯 했다. 선발 투수의 호투, 상·하위 타선의 고른 폭발, 야수들의 호수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들어가던 삼성이 경기 막판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11일 경기부터 불펜에서 대기한 임창용이 편안한 마음으로 복귀 신고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크린에 '창용불패'라는 자막이 뜨고, 그룹 '넥스트'의 헤비메탈 곡 '디스트럭션 오브 더 셸'(Distruction of the shell)이 등장음악으로 깔리면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원조 수호신'다웠다. 어느 상황에서나 등판해 믿음직한 투구를 해 팬들이 붙여준 '애니콜'이라는 별명답게 절체절명의 위기를 진화했다. 메이저리거 출신 루크 스캇에게 허용한 희생플라이는 앞서 던진 안지만의 자책점이었다. 임창용은 이날 최고 147km를 찍으며 24개의 공을 던져 1⅔이닝 동안 삼진 2개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임창용이 국내 팬 앞에 다시 선 것은 2007년 10월 12일 삼성과 한화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2천375일 만이다. 정규시즌만 따지면 2007년 10월 5일 롯데전 이후 처음이며, 구원승은 2007년 9월 9일 LG전 이후 처음이다.
임창용의 등판은 이날 경기에 앞서 '예고'돼 있었다. 스스로 코칭스태프에게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류중일 감독은 "세이브 상황이 되거나 이기고 있으면 당연히 나갈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임창용은 경기 후 "첫 경기라 많이 설레었고 긴장됐지만 지든 이기든 9회에 나가기로 했다"며 "대구 팬들이 저를 보기 위해 많이 오셨는데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8회 역전 희생타를 허용한 것에 대해선 "병살로 막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이후 팀이 역전시켜서 정말 기쁘다"며 "타자들을 상대해보니 맞히는 능력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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