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조기교육, 영재교육이 우수한 과학자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과학고도 만든 거고. 근데 그거 완전히 착각이야. 너 창의성이 뭔지 아니?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런데 창의성이 과학고에서 만들어질 것 같아? 전혀 아니야. 창의성이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야.(김두식의 '욕망해도 괜찮아' 중에서)
창의성은 새로운 관계를 지각하거나,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것 또는 전통적 사고유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으로 사고(思考)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5년 교육과정' 세부 내용에 소프트웨어(SW) 교과를 반영하여 2018년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2020년쯤 수능시험 선택과목에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창조경제를 위한 고심이 드러난 결과다.
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결정인지는 의문이다. 창의성이 과연 교과목에 포함된다고 강화될 수 있을까? 창의성은 학교에서 교과목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벌써 예상되지 않는가? 컴퓨터 언어나 프로그래밍 언어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외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실 창의성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교과 영역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다. 한 마디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다.
그러면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창의성의 가장 큰 적은 색다르고 비상식적인 것을 생각해내지 못하거나 기존의 상식적이고 평범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성향이다. 거기에서 남과 다를 수 있는 용기는 생기지 않는다. 사회가 어떤 특정한 사람의 위대하고 창의적인 업적에 열광하고 그 우수성을 찬양하고 있는 한 창의성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 업적이나 결과는 이미 만들어진 것이어서 창의성이 아니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면 절대로 창의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창의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존재한다.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사물들에 대한 관계(유추:analogy) 파악하기, 기존의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음가짐과 이를 위한 환경,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아주 간단하다.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독서가 바로 그 길이다. 21세기는 정보가 넘친다. 머릿속에 정보 또는 지식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 속에서 의미로 자리 잡지 못한 지식은 휴짓조각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지식의 연결이고, 그것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창조다. 수많은 지식 중에서 의미 있는 지식을 찾아내고 그것은 다른 지식과 연계하는 것에서 창의성이 발현된다.
특히 중요한 것이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다. 창의성을 지닌 사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성을 지닌 사람을 알아보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도스 시스템을 윈도 시스템으로 바꾼 사람은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아니다. 제록스사의 연구소 중 팔로알토 리서치 센터 연구원들이었다. 하지만 제록스사 경영자 그 누구도 그 시스템의 우수함을 알지 못했고, 스티브 잡스가 그것을 알고 받아들여 애플의 신화를 이루었다. 창의성과 관련된 정책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창의성 강화는 한 사람의 창의적 인간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 시스템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대통령까지도 창의적 격차를 말하는데 교육 시스템은 1970년대의 시스템과 거의 다르지 않다. 지식의 저장과 그것의 확인에만 매달리는 산업화 시대의 교육 환경에서 창의성 신장은 단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창의성 신장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몫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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