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춥다. 제발 빨리 구조해 달라."
진도 여객선 침몰이 4일째 접어들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구조 요구는 절규로 바뀌었다. 가족이 살아있길 바라는 간절한 희망은 더딘 수색작업에 성난 목소리로 변해갔다. 밤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는 생각에 울음이 터져 나왔고, 진척 없는 수색 작업에 분통을 터뜨렸다.
◆어머니들의 통곡
18일 오후 11시 20분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안산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등 가족 30여 명은 찬 부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들은 한목소리로 "생사를 확인해 달라, 제발 좀 배에서 꺼내 달라"고 흐느꼈다.
슬픔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굵은 눈물이 흘렀다. 계속되는 울음에 목은 쉬어갔다. 기도하듯 고개를 숙였다 펴며 조속한 구조를 거듭 요구했다. 주위에서 서서 지켜보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눈물을 훔쳤다. 카메라를 든 취재진의 눈도 붉어졌다.
가족은 한 사람씩 자녀 이름을 부르면 통곡했다. "우리 아이가 차가운 물속에 있어요. 1분 1초라도 빨리 구조해주세요." "내 아기들이 춥다고요." "잔소리 안 할게 제발 살아서 돌아와 줘." "제 동생이 배에 있어요, 제발 시신만이라도 빨리 찾게 해주세요."
20여 분 지나 온몸으로 울던 어머니들이 하나 둘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의료진은 서둘러 이들을 업어 진료소로 옮겼다. 이날 실신한 5, 6명 중 절반이 구급차에 실려 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으면 겨우 몸을 가눴다.
사고 날(16일) 오전 9시 50분까지 실종자와 통화가 됐다는 20대 남성은 "시신을 직접 본 구조대 사이에서 18일 발견한 시신은 채 몇 시간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조가 시급하다는 증거다"며 "방송엔 시신 인양 소식만 나오지 사망 추정 시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수색작업에 대한 불신
실종자 가족은 군'경 주도의 선체 수색작업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였다. 17, 18일 배를 타고 구조 현장을 직접 둘러본 가족은 "구조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고, 민간 구조 사도 전혀 참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며 강한 불만들 드러냈다.
단원고 2학년 2반에 다니는 조카를 둔 A(62'여) 씨는 "정부는 수색대를 90여 명 투입했다고 하고 오후 9시가 넘어서도 구조가 계속된다고 했지만 오후 7시 이후에는 손을 놓고 있다"며 "서울에서 온 민간잠수부 하모 씨는 해양경찰이 막아서 구조에 참여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 진도로 온 40대 여성은 "실종자 명단에 남편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폐쇄회로TV를 확인하면 배를 탄 남편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항의하니 그제야 이름을 올렸다"며 "실종자와 구조자 수도 오락가락할 만큼 엉망인데 구조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잠수요원들이 임무 수행을 하면 한참을 쉬어야 한다. 물속에서 2분간 활동을 하면 육상에서 30분간 격렬한 운동을 한 것과 비슷하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가족들 입장에서 미흡하다고 생각하면 죄송하다"고 했다.
진도에서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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