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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부모의 분노는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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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사와 인터뷰하면 배신자 취급받아요." 세월호 침몰 이후 진도 체육관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들의 말이다. 이들은 기성 언론을 믿지 않았다. 불신에는 이유가 있다. 현장의 '더딘 구조'와는 달리 방송에선 연일 '본격 수색'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잠수사는 일부 작업에서 배제됐고, 사고 이틀이 지나도 수색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설치하지 못했다. 그 순간에도 방송에선 민'관'군 500~600명이 참여해 활발하게 수색작업을 벌인다고 했다. 언론을 믿지 못하는 배경엔 정부에 대한 끓는 분노가 자리했다. 대책본부는 가족들이 소리를 지르고 멱살을 잡고서야 그 요구를 하나씩 받아들였다. 많은 잠수사가 작업할 수 있는 대형 바지선과 칠흑 같은 바다를 비출 오징어잡이배, 물속에서 장시간 작업할 수 있는 '다이빙 벨' 등이 그랬다.

이런 정부의 늑장 대처에 실종자 어머니들은 급기야 빌기까지 했다. 자녀를 볼모로 잡힌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비비며 사정을 했다. "살려주세요, 차가운 바다에서 아이를 꺼내주세요. 제발." 울면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은 마치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자녀같이 다급해 보였다.

불신을 증폭시키는 상황은 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18일 오후 체육관 입구에서 한 사복경찰이 한 방송사 PD와 제보자의 대화를 녹음하다 발각됐다. 가족들이 20일 청와대 항의 방문에 나섰을 때 경찰은 불법시위를 막듯 물리력을 앞세웠고 카메라로 채증까지 했다. 50대 여성이 도로 위에 쓰러졌는데도 경찰 현장지휘자는 다른 경찰관들에게 오히려 "잘했어"라고 격려했다. 화를 내고 따져야 정부는 비로소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분노만이 대책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셈.

"내 자식 살려 달라"고 악을 쓰고 발버둥쳐야 수색은 조금씩 진척됐다.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겐 '미개'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식이 수천t의 철 덩어리에 갇혀 수십m 바다 아래에 있다면, 기꺼이 미개해질 필요가 있다. 부모라면.

팽목항 벽보에는 지난 11일간의 격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OO야 너를 하루빨리 바다 밑에서 구하려고 높으신 분들께 소리 높여 항의하고, 울기도 하고 다 했는데…, 나를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건 미디어만 보고 우리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이야. 바다에 있든 하늘에 있든 정말 보고 싶다 사랑해."

아직도 세월호의 구조는 끝나지 않았다. 부모들의 애끊는 분노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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