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눈물을 뿌린 지난 주말에도 '진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색 작업을 펼친 지 13일째, 기존 174명 구조자 외에 다시 우리 곁으로 살아온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88명 사망, 114명 실종 상태인 세월호 구조는 울돌목 다음으로 거센 조류가 몰아치는 깊은 수심 지역이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진도 팽목항에는 수학여행길 참변을 당한 자녀를 찾아 떠난 부모가 절반을 넘었고, 아직 애간장을 녹이며 아들'딸을 기다리는 가족 500여 명이 자원봉사자'구조대 등과 함께 남아있다. 기다리던 자식들이 포대기에 번호표가 매겨진 시신으로 돌아와도 '물고기 밥이 되기 전에 건졌으니 다행'이라며 끌어안는 그 부모들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가슴만 찢어진다.
사고가 터진 이후 행정적 잘못이나 초동 대처 미흡은 논외로 치자. 이번 정권이 목숨 걸고 혁파해서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해내지 못한다면, 현 정권은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다.
그보다 검'경은 세월호가 진도 수역에 들어오기 전, 군산 부근에서부터 기운 채 운항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SBS가 지난 26일 밤에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에서는 단원고 학생과 제주도 환갑 여행객이 배가 기운 채 한참 운행했다고 증언했다. 사고가 터진 16일 오전 8시 48분 37초 훨씬 이전부터 세월호는 복원력을 상실한 채 위험한 항해를 했던 것이다.
세월호의 죽음의 항해에 관여한 주범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여객실 증축공사로 배 무게가 5천926t에서 6천113t으로 187t이나 늘어난 세월호는 안전검사에서 화물과 여객의 무게를 종전 2천525t에서 1천70t으로 줄이고 평형수(balance water)를 종전 307t에서 5배 늘린 1천700t으로 운행하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마구잡이 운항을 했다. 누구 하나 간섭하지 않았고, 나쁜 그들은 돈벌이를 위해 승객의 안전을 외면했다.
세월호는 뱃사람들이 생명수라고 부르는 평형수를 넣기는 했을까? 넣었다면 얼마나 넣었을까? 그날 세월호는 자동차 180대와 화물 1천157t 등 총 3천608t을 실어서 허용된 화물 적재량 1천70t의 3배 넘게 실었다. 그러나 과적에 단속되지 않았다. 3천t 넘는 화물을 싣고, 평형수 1천700t을 넣었다면 과적을 단속하는 눈금인 만재흘수선을 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과적에 걸리지 않고 운항 허가가 났다면 그건 곧 평형수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맹골수도에서 뒤집힌 세월호는 이틀 동안 배 바닥이 물 위에 떠있었다. 배 바닥에는 평형수가 들어 있어야 하는데, 물 대신 공기가 들어 있었기에 배가 뒤집히자 물 위로 떠오른 것이다. 안전 운항과 직결되는 화물과 평형수 관리는 1등 항해사가 맡는다. 선장은 출항 전 반드시 화물량과 평형수에 따라 달라지는 지엠(GM, 무게 중심과 경심과의 거리)을 체크 해야 한다. 지엠이 기준보다 작으면 출항을 거부하는 게 바다의 법칙이다. 그러나 그것도 1등 항해사와 선장이 짜거나, 계약직 바지 선장보다 1등 항해사가 더 힘을 갖고 있다면 선장 몰래 뭔가를 시도한 경우도 상상할 수 있다.
세월호는 참사가 터지자 선장이 아닌 1등 항해사가 선사와 연락을 취했다. 선장이 잠깐 자리를 비웠다고 했지만, 실제로 선장이 단순히 배를 모는 일 외에 선장 권한을 갖고 있었다면 당연히 찾아서 첫 보고를 하고 명령을 하달받아서 해야 하는데도 전혀 그런 과정이 없다. 인면수심 선장 만큼이나 1등 항해사의 행적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화물을 2천t이나 더 실어 운송비 8천만 원을 추가로 챙겼다. 그렇게 매번 검은 돈을 챙기느라 승객들의 안전은 염두에 없었다.
일본 도쿄 해양대 와타나베 교수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이미 인천항부터 있었다고 했다. 시한폭탄처럼 위험한 죽음의 항해를 하는 세월호가 진도 구역에 들어와서 한계에 다다라 전복했다는 것이다. '숨은' 화물을 과하게 싣느라 평형수를 적게 넣었을 가능성이 큰 데다 겨우 배의 균형을 잡아주던 기름과 청수는 밤새 운항하고, 승객들의 샤워며 식사 준비로 줄어들었다. 자연히 무게 중심은 높아지고, 배의 복원력은 떨어져 군산에서부터 기울기 시작하여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된 것이다. 과연 세월호 죽음의 항해 주범은 누구인가.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