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ime Track' 기록으로 본 라이온즈] (22)'1차 지명 잔혹사' 적응

오승환 2차지명 5순위 '월척'

흔히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프로야구 무대라고 다를 리 없다. 신인을 뽑거나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거나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모든 '인사'에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 구단 스카우터의 인사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신인 선발에서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실력 차이와 변수 때문에 지명 순위가 '보증 수표'는 아니다.

◆1차 지명=성공 보증?

외국인 선수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던 삼성 라이온즈는 '신인 1차 지명 잔혹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적지않은 선수가 1순위 지명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스카우터 사이에 대구상고의 에이스였던 우완 정통파 투수 이정호는 잊지 못할 존재다. 2001년 당시 고졸 신인 최고 계약금인 5억3천만원을 받고 1순위로 지명된 그는 프로 첫 등판이었던 2001년 4월 6일 대구 한화전에 이어 12일 인천 SK전, 15일 대구 LG전에서 무실점 피칭을 선보여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없었다. 프로 적응 실패, 부상 등의 악재로 2010년 넥센에서 은퇴할 때까지 6시즌 35경기에서 1승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07의 성적만 남겼다.

삼성의 '불운'은 이후 2007년까지 격년마다 이어졌다. 2003년 1차 지명한 대구고 출신 투수 김형근은 1군 기록이 전혀 없고, 2005년 1순위 투수 백준영(경북고'영남대)은 단 4경기에서 13타자만 상대한 뒤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2007년 계약한 투수 김상걸(경주고 졸)은 1군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2008년 방출됐고, 함께 1차 지명을 받았던 타자 김동명(대구고 졸)은 현재 KT, 2006년 1차 지명선수인 투수 김효남(경주고'건국대 졸)은 LG 2군에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라

물론 반대도 있다. 진흙 속의 진주를 캐낸 케이스다. 1차 지명이 아닌 2차 지명에서 건진 '끝판대장' 오승환이 대표적이다. 2005년 삼성의 지명을 받은 오승환(경기고'단국대 졸)은 팔꿈치 수술 전력을 이유로 다른 팀들이 주저한 사이 삼성이 낚아챘다. 더군다나 삼성은 2차 지명에서 5순위였다. 계약금 1억8천만원을 받고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의 활약을 보면서 앞순위에서 기회를 놓친 구단들은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반면,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정확하게 짚어낸 삼성 스카우트팀은 구단으로부터 특별격려금을 받기도 했다.

1990년대에도 삼성은 2차 지명에서 대어를 건진 바 있다. 광주상고'경희대를 나왔지만 삼성의 2차 지명을 받은 사이드암 투수 박충식이다. 1993년 신인 지명 당시 해태가 이종범을 1순위로 지명하면서 고향 팀 대신 대구로 온 그는 1999년 연말 해태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69승 39패(방어율 3.03)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삼성의 우완 에이스 윤성환도 2004년 2차 지명 선수다. 그 해 삼성의 1차 지명선수는 대구고 출신인 박석민이었다. 부산상고'동의대를 나온 대졸 신인이었던 윤성환은 2004년 4월 6일 롯데와의 대구 개막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이후 70승 48패 1세이브 28홀드를 기록 중이다.

◆굴러들어온(?) 복덩이들

2009년 1차로 지명받은 경북고 출신 유격수 김상수처럼 데뷔 첫해부터 스타가 된 선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한 경우도 있다. 2008년 역대 최고령 신인왕에 오른 최형우가 그런 선수다. 1983년생인 최형우는 전주고를 졸업한 2002년 2차 6라운드로 삼성에 지명됐지만 진갑용'현재윤 등 쟁쟁한 포수 선배들에 밀려 주전 도약에 실패하고 2005년 말 방출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경찰청 제대 후 삼성에 외야수로 재입단, 중심타자로 우뚝 섰다.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는 조금 다른 케이스이지만 역시 스카우터의 승리로 평가받는 선수다. 배영수는 2000년 1차 지명을 받았으나 경북고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스타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구상고 출신인 투수 장준관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삼성은 장래성을 믿고 배영수를 택했고, 결과는 현역 최다승(116승) 투수의 발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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