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6·4 희망을 투표합시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저런 자리에 동료나 친구들이 모이면 정치나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마련이다. 나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그 사람은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일순간 모임 분위기가 차가워지는 경험을 한두 번씩 해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는 일반시민들에게 관심사이면서 술자리에서는 곁들이 '안주'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투표라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이 자신들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선출하여 그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나 지방의 정치적인 영역을 위임하는 것이다. 투표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다. 또한 투표는 참정권 중에서도 국민의 기본적인 정치 참여 수단이기도 하다.

전국동시지방선거는 1995년에 제1회가 시행되었는데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제1회에는 전국 투표율이 68.4%, 1998년 제2회는 52.7%, 2002년 제3회는 48.9%, 2006년 제4회는 51.6%, 2010년 제5회는 54.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투표율이 매우 저조한 상태이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곳이면 TV 드라마만큼이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정작 투표소에 나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투표율 저조가 국민들 의식의 문제일까. 그보다는 정치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심한 피로감을 느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선이 되면 국민을 대변하기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되고 말았다. 선거 때면 후보들은 국민과 시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일하겠다고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바람과는 사이가 많이 벌어져 있다.

어떤 이는 정치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투표(선거)를 해봤자 그게 그거라며 투표를 포기하기도 한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똑같고 나의 삶과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나의 민주적 정치참여와 의사 그리고 권리를 동시에 포기하는 것이다. 투표는 국민의 의무가 아니다. 그러나 투표는 헌법에 보장된 중요한 국민의 의사표현이고 권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선거철이 되면 이런 말이 나돌았다. "후보시절에는 앞으로 90도 당선 후에는 뒤로 90도"라며 정치인들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정치 불신을 씻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 이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진리이기도 하다.

요즘 동네 곳곳에 현수막이나 유세차량을 흔히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예전 선거보다는 확성기 사용을 자제하는 등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다. 그렇지만 각 후보 진영마다 서로 비방하는 등 혼탁한 선거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다. 마치 내가 잘해서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을 캐내서 비방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 같다. 물론 후보의 검증이 중요한 잣대지만 검증을 넘어선 비방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이른바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국민은 '정치공해', '선거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에 염증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투표를 꺼리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곳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갈등이 생겨난다. 그것이 정치적 갈등이든 집단의 갈등이든 당리당략을 떠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타협과 화합으로 이끄는 것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자'가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위임받은 자는 우리 사회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정치 속에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 정치가 있는 것이다.

6월 4일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나의 소중한 한 표는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투표하는 것이고 나아가 후세대를 위한 투표라는 것을 생각하며 투표소로 향하자.

현종문/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