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적한 시골길을 운전하다 보면 차에 치여 죽은 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인 옛날엔 흔한 일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보기 힘들어진 모습이다. 무절제한 농약 살포 탓일 수도 있겠지만, 주원인은 정력제로 팔려고 뱀탕집에서 땅꾼을 통해 마구잡이로 잡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차에 치여 죽는, 일명 '로드 킬'을 당한 뱀이 많아졌다면 그 개체 수가 늘어났다는 이야기인데,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얼마 전, 모 일간지 주말 특집 판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뱀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에게 "비아그라, 고마워!"라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취재에 의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뱀탕집들이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신문은 그 이유를 '비아그라의 등장'으로 꼽고 있었다. 알약 하나로 간단하게 효과를 본 정력 마니아들이 더 이상 뱀탕집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뱀에게는 비아그라가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들은 뱀을 만나면 절대 가만두지 않았다. 꽃뱀이나 물뱀은 잡아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지만 재수 없다는 이유로 죽였다. 귀한 독사는 생포해 어른들에게 팔아 과자를 사 먹기도 했지만, 물릴 위험성 때문에 막대기로 때려죽이는 게 보통이었다. 죽은 독사는 버리기가 아까워 껍질을 벗겨 구워 먹었다, 턱 아래쪽을 뜯어 잡아당기면 돼지 창자 뒤집어지듯 잘 벗겨진다.
'어린 아이들이 무슨 뱀을 잡느냐?'고 의문을 가지실지 모르겠지만, 잘 모르시는 말씀이다, 자연에서 막 자란 아이들은 뱀쯤은 우습게 여길 정도로 사냥에는 전문가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잔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생명체를 잡아 죽이면서 그 어떤 죄의식도 가지지 않았다. 그냥 형들이 하는 걸 배워 따라 할 뿐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뱀에겐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더 두려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살생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정력제로, 보신용으로, 때로는 뱀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까지 죽임을 당하던, 뱀의 수난의 역사는 꽤 유구할 것 같다. 징그러운 몸뚱이로 태어난, 죄 아닌 죄 때문에 인간에게는 저주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로 확실한 효과의 신약이 나오면서, 재래 정력제의 상징이던 뱀은 이제 더 이상의 무차별적인 희생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아진 뱀 때문에 오히려 우리 인간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생기지나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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