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41) 씨는 지난달 구청으로부터 수급자 탈락 통보를 받았다. 부양의무자에 포함되는 부모의 자산이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씨는 부모가 계시나 떨어져 살고,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채 홀로 중증 장애인 아들을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청은 가족 단절을 증명해야 수급자 지위를 다시 얻을 수 있다고 요구했다. A씨는 "갑자기 수급비를 받지 못하게 돼 반찬 사 먹을 돈도 없다"고 했다.
올해 초 서울 송파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자살한 사건 이후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취약계층 발굴에 나섰으나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에겐 무관심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가령 A씨처럼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경우 이를 회복하려면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또 근로능력이 있는 자녀가 있지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아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도 소명자료를 본인이 제출해야 한다. 이들이 이런 가족 단절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없다.
대구시는 3월 10일부터 31일까지 구'군 및 읍'면'동 사회복지공무원과 통'반장까지 합세해 취약계층 발굴에 나선 결과 ▷긴급복지지원 306가구 ▷민간후원연계 977가구 ▷구'군 자체사업 및 각종 사회서비스 제공 535가구 ▷기초수급 및 차상위 지정 225가구 등 모두 2천43가구를 찾아내 새롭게 지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여러 지원에 필요한 요건을 갖췄으나 절차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한 많은 가구가 이번 조사로 도움의 손길을 받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관리와 지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의 경우 올 들어 4월까지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다가 탈락한 가구는 3천419가구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를 통해 부모의 자산이 늘어났거나 자녀가 근로능력이 생긴 것으로 확인돼 수급에서 탈락됐다.
2010년부터 운영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을 통해 지자체가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자 상황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조건에서 조금만 상황이 나아지면 수급에서 탈락되는 것.
전 남편과의 사이에 딸이 있다는 B씨의 경우 20년 가까이 얼굴도 보지 못한 딸이 직장을 구하면서 최근 기초생활 수급에서 탈락했다. B씨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야 제출할 수 있지만, 인연을 끊었다는 사실을 뭐로 증명하느냐"며 "구청이 '전 남편과 연락해 가끔 전화통화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가족단절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데 황당하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복지제도로는 가족단절 증명이 안 되면 기초생활수급 지위를 줄 수 없다"며 "이런 경우는 차상위계층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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