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이 당선인에게는 그야말로 환희와 감격의 시간이었다면, 낙선인에게는 절망과 좌절을 뼈저리게 실감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선거만큼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것도 없기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임'이란 말이 나오는지 모른다. 낙선인과 관련해 정치판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인간도 아니다.' 낙선의 고통을 처절하게 맛본 어느 정치인이 만들어낸 말이겠지만, '낙선=비인간(非人間)'이란 공식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진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낙선인들은 행동방식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책임전가형'인데 낙선의 책임을 남 탓 혹은 환경 탓으로 돌리는 유형이다. '유력자 A씨가 도와주지 않아' '당조직이 움직이지 않아'… 심지어 '상대 후보보다 돈을 적게 써서'라는 핑계까지 대며 남에게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유형이다. 자신의 부족함이나 결함은 전혀 돌아보지 않고 지역사회에 분란만 일으키는 유형이다. 이런 경우 정신과 상담을 권해봐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자기은둔형'으로 낙선 후 아예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유형이다. 집안에 은둔하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극단적으로 아예 지역을 떠나 버리는 사례도 많다. 서울에서 출마를 위해 고향에 내려와 있다가 낙선 후 주위에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훌쩍 떠나버리는 이들이 한둘 아니다. 자신을 당선시켜 주지 않는 고향은 필요도 없다는 심보다. 낙선 후 집을 팔고 서울로 이사한 '황당한' 정치인도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절치부심(切齒腐心)형'이다. 낙선 후 다음 선거를 위해 자신을 새롭게 가다듬고 준비하는 경우다.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다. 이번 포항시장 새누리당 경선에서 2위를 한 여성 후보 김정재 씨의 경우 패배 후 곧바로 기관, 단체 등에 일일이 인사를 다니고 모임'행사를 더 열심히 쫓아다녀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상 어떤 경쟁이든 지고 나면 억울해한다. 남 탓으로 돌리거나 외부환경 탓을 하는 것이 우리네 악습인지 모른다. 몇몇 지역에서는 선거가 끝나고도 고소전이 이어지고 주민 간 편 가르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선거 과정이야 어찌 됐든, 승자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패자에게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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