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지는 열흘 동안을 묶었다
꼭대기에 앉았다 가는 새의 우는 시간을 묶었다
쪽창으로 들어와 따사로운 빛의 남쪽을 묶었다
골짜기의 귀에 두어 마디 소곤거리는 봄비를 묶었다
난과 그 옆에 난 새 촉의 시간을 묶었다
나의 어지러운 꿈결은 누가 묶나
미나리처럼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어 묶을 한 단
- 2014년 6월호
무엇을 묶는 행위는 그 대상을 온전히 봉인해서 모시는 일이다. 가을에 벼를 베어 묶어서 갈무리하듯이 묶는 행위는 소중한 대상을 간직해 두는 일이다. 옛날에는 함께 살고 싶은 여자를 보쌈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오기도 했다. 이 시의 화자가 묶어 두고 싶어 하는 것은 꽃이 지는 열흘, 새의 우는 시간, 따사로운 빛, 소곤거리는 봄비이다. 모두 화자가 오래 곁에 두고 교감하고 싶은 대상이며 화자를 살아 있게 하는 봄의 상징들이다. 그것들을 곁에 묶어 두고 오래 교감하고 싶은 것이다. 오래 곁에 두고 교감하고 싶은 마음을 '묶다'라는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시인의 언어 감각이 탁월하다.
그런데 정작 시인이 묶어 두고 싶은 것은 시의 마지막 2행에 있다. 나의 어지러운 꿈을 흐르는 물에 씻어서 미나리 단처럼 묶어 두고 싶다는 것이다. 꿈꾸는 자의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진다. 꿈이 있어야 존재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의 꿈은 아직 '어지러운 꿈'이다. 어지러운 꿈이기에 흐르는 물에 씻어서 정갈한 꿈결로 바꾸고 싶은 것이다. 어지러운 꿈이 어떤 꿈인지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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