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 이후 각자 반성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강해질 겁니다."
20일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이구아수시 '코리아 하우스'에서 만난 황보관(49)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대표팀의 전력이 갈수록 탄탄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표팀과 월드컵 일정을 같이하고 있는 그는 2011년 11월부터 이회택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뒤를 이어 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강력한 슛을 한 '캐논 슈터'로 아직도 회자되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홍명보(45) 대표팀 감독과 함께 출전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 무려 시속 114㎞짜리 '대포알'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 월드컵 도전사에서 가장 호쾌한 장면의 하나로 꼽히는 그의 슛은 그해 월드컵 '베스트 5 골'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탈리아 대회는 한국에는 아픈 기억이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출전한 월드컵 중 유일하게 3전 전패를 당하고 귀국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고 당시를 떠올린 황보 위원장은 "우리 선수들도 스스로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걸 평가전에서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표팀에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없어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첫 단추를 무난히 끼워 다행"이라며 "1차전 상대인 러시아 역시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황보 위원장은 대표팀의 성적에 대해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예를 들며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그는 "1차전만 보면 튀니지'가나전과 같은 선수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팀이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며 "정신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에서 죽기 살기로 뛰는 '불굴의 투혼'이 아니라 상황 대처 능력이나 훈련에서 가다듬은 조직력을 어떻게 그라운드에서 펼쳐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황보 위원장은 대구가 고향이다. 침산초교, 계성중을 졸업한 뒤 계성고에 진학했으나 축구부가 해체되면서 서울체고로 전학을 가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그는 고향 후배들인 박주영(청구고)'곽태휘(대구공고)에 대한 기대감을 묻자 "고향 후배를 떠나 국가대표 후배로서 당연히 잘해야 한다"며 "박주영도 감각이 조금 떨어져 있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1988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였던 김재엽 동서울대학 교수와 계성고 동기인 그는 "고교 때 팀이 해체되지 않았더라면 계속 대구에 남아 선수생활을 했을 것"이라며 "동문의 연락이 종종 오지만 도저히 시간이 없어 못 가고 있다"며 미안해했다.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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