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전쟁 기념식 왔다가 교통사고 참변

80대 참전용사·유족 숨져…차량 운전자 급발전 주장

25일 대구 중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박모 씨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길을 건너던 시민 3명을 친 뒤 신호대기 중이던 맞은편 차량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이날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독자 나종헌 씨 제공
25일 대구 중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박모 씨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길을 건너던 시민 3명을 친 뒤 신호대기 중이던 맞은편 차량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이날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독자 나종헌 씨 제공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족이 한국전쟁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5일 오전 11시 50분쯤 대구 중구 동인동 중구청 앞에서 A(73) 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3명을 치고 맞은 편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한국전 참전용사인 B(83) 씨와 무공수훈자 유족인 C(84) 씨가 사망했다. B씨는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철도공무원으로 군 수송 작전에 참여했고, C씨의 남편은 월남전 참전용사로 소령으로 전역, 1965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뒤 86년 사망했다.

이들은 이날 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64주년 6'25 기념 및 보훈대상자 위문행사'에 참석하고 돌아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 대구시중구재향군인회가 한국전쟁 발발일에 맞춰 주최한 이 행사에는 보훈단체 회원 250명이 참석해 오전 11시 30분까지 기념식과 군가 함께 부르기, 국악 연주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보행신호가 들어왔고 B씨와 C씨를 포함해 10명 안팎의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B씨와 C씨가 중구청 쪽에서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다 중앙선 인근에서 차에 치였다고 전했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사고 차량이 '웽'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지그재그로 달려와 보행자들을 치었다. 숨진 어르신들은 그 자리에서 돌아가신 것으로 보였는데 B씨를 뒤따라오던 다른 어르신들이 놀라 쫓아오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사고 차량은 동인육교에서 국채보상운동공원 방향으로 달리다가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 한 대를 들이받았고, 보행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3명을 동시에 치고 맞은 편 차량과 충돌한 뒤 멈춰 섰다. 앞 차량이 밀리면서 뒤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까지 맞은 편 차량 4대가 충돌했다.

차량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차량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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