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심과 정성으로 튀긴 23년,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세계인 유혹"…권원강 교촌그룹 회

전국 1천여 개·6개국 14개 가맹점…中 상하이 매장 매출 400% 신장

대구경북 토종 브랜드 교촌치킨의 창업주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권 회장은 구미에서 출발해 12년 만에 전국 1천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며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대구경북 토종 브랜드 교촌치킨의 창업주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권 회장은 구미에서 출발해 12년 만에 전국 1천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며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1991년 3월 구미 송정동에서 교촌통닭집을 열었다. 개업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주문이라곤 하루에 통닭 한두 마리가 고작이었다. 전 재산을 털어 어렵게 시작한 가게였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손님들이 찾을까?"

며칠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사장은 114 안내전화에 하루 30~40통씩 전화를 걸어 "교촌통닭 전화번호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주문이 많은 것처럼 소문내자는 뜻도 있었고, 114 안내원들이 전화번호를 외우게 해서 소비자들이 전화했을 때 곧바로 안내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2년을 보내자 매일같이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114 안내원들이 통닭 2마리를 주문해 왔고, 온 정성을 다해 맛있는 통닭을 만들어 배달했다. 그런 후 서서히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4, 5년 뒤엔 대박이 났다. 1997년엔 가맹점 30호점을 오픈했고, 2003년에는 가맹점 1천 호점을 돌파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바쁜 척까지 했던 영업 활동이 12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현실을 만들어냈다.

#1993년 구미 송정동 교촌통닭의 어느 날 저녁. 33㎡ 남짓한 가게 한 테이블에 남녀 한 쌍이 통닭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좁은 매장에 열댓 명의 단체손님이 들이닥쳤다. 어쩌다 있을 대박 단체손님이다. 그러나 남녀가 테이블을 양보해야만 단체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순간 사장은 당황했다. 단체손님을 받으려면 남녀에게 자리 양보를 요구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을 남녀가 눈치를 챈 것일까, 자리를 일어나려고 했다. 사장의 마음엔 커다란 갈등이 요동쳤다. 단체손님의 매출이 탐났지만 자리를 뜨려는 남녀에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게 뻔했다. 그러나 사장은 이내 망설임 없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자리가 협소하고 아직 두 분의 손님이 자리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 오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단체손님들에게 정중히 말했다. 단체손님들은 두 명을 위해 열댓 명의 손님을 거절하는 사장의 손사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불괘한 반응을 보이며 가게를 떠났다.

사장에게 아쉬움이 왜 없었을까. 노점상, 실내포장마차, 택시기사 등 숱한 직업을 전전하며 알뜰하게 모은 돈을 몽땅 털어 차린 통닭집이 아니던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무너진 가세를 일으켜 세우려고 고생한 숱한 기억들이 주마간산처럼 스쳤다. 모두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들이다.

남녀는 "오늘의 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명함을 내 놓고 갔다. LG의 전신인 금성사 구미 TV공장 직원들이었다. 이튿날 저녁부터 이 회사의 야간 간식거리는 모두 교촌통닭이었다. 이 무렵 금성사 구미 TV공장은 수천 명의 임직원들이 일하며 매일 야간작업을 했었다. 이들은 다른 회사에도 교촌통닭을 소개해줘 그때부터 교촌통닭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전국 1천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미국과 중국, 동남아 등 6개국에 14개 해외매장을 운영,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교촌치킨의 창업주 권원강(65) 교촌그룹 회장의 창업 초기 이야기다. 대구경북 토종 브랜드인 교촌치킨은 구미에서 출발한 지 12년 만에 대한민국 치킨 프랜차이즈 1위의 성공신화를 창조했다. 권 회장의 창업 초기 판단들은 순간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고객의 입과 눈만 사로잡지 않고, 몸과 마음까지 감동시키겠다는 철저한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권 회장의 진심과 정성이 담긴 경영철학은 23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이달 4일 칠곡군 가산면의 교촌F&B㈜ 경북물류센터에서 권 회장을 만났다. 10년 정도 젊어 보이는 그의 건강 비결은 모든 일에 대한 정성과 정직함, 그리고 자전거 동호회 활동이었다.

-교촌치킨 브랜드 탄생 배경, 해외 진출에도 교촌 브랜드와 맛을 고집하는 이유는?

교촌은 향교가 있는 시골로, 우리나라의 모든 시골을 상징한다. 시골의 자연 풍경과 서정적인 면을 살려 자연을 가꾸고 살리는 환경친화를 도모하자는 의미가 있다. 비록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대한 꿈이 있었다. 토속적 브랜드명이 해외 진출에 적합하냐는 질문들도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늘간장이라는 한국적인 맛과 한국적인 브랜드 이름이 세계시장 진출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 판단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전 세계 모든 마을에 교촌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촌치킨의 성공 비결은?

고객의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건강한 맛의 핵심은 좋은 재료에 있다. 유채씨에서 압출한 카놀라유를 비롯해 소스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를 국내산 천연재료만 쓴다. 모든 제품에 MSG를 사용하지 않고, 치킨 무에는 빙초산, 사카린 나트륨을 일절 첨가하지 않는 등 3무(無) 정책을 고집한다. 발효 간장, 홍고추, 꿀로 만든 치킨 소스 등 좋은 재료로만 만든다.

특히 교촌은 대한민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갖고 있다. 튀김 옷과 양념의 끈적함이 덜한 마늘간장소스, 다리'날개 등 부분육 도입, 치킨 무 플라스틱 용기와 쇼핑백 개발, 천연펄프 포장박스 등 상당 부문을 업계 최초로 도입해 차별화와 서비스 혁신을 이루었다.

교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었지만 치킨업계에는 대단한 도약을 불러온 사건들이었다.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 노력, 그 진심들이 성공의 원동력이라 믿는다.

-가맹점주의 성공을 위해선 어떠한 노력들을 하는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늘리는 것보다는 단 하나의 가맹점이라도 성공할 수 있도록 잘 이끄는 것이 본사의 역할이다. 가맹점주의 성공이 곧 본사의 성공이다. 따라서 가장 신중을 기하는 게 가맹점의 상권보호다. 신규 가맹점의 상권을 기존 가맹점과 겹치지 않도록 보장하고,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2004년 이후 가맹점 수는 950~1천 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가맹점당 매출 업계 1위를 기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4년 AI가 국내에 발생했을 때 400여 개의 신규 점포 개설을 포기했다. 80억원 정도의 가맹점 개설 이익을 포기했지만 올바른 결정이었고, 이는 교촌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프랜차이즈 성공을 꿈꾸는 중소상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할 때 본사의 기업 정신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교촌은 가맹점주가 성공하기 전까진 본사는 이익을 취하지 않겠다는 기본 정신을 갖고 있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는 끈기와 용기와 필요하다. 진심, 정성에는 언제나, 어디에나 길이 있다고 믿는다.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정도'고객중심'나눔 경영이다. 고객에겐 항상 정직하게, 협력사와의 거래는 공정하게, 타 회사와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고 있다. 가맹점 상권보호도 정도 경영에서 비롯됐다. 또 소비자들은 따뜻한 가슴으로 대한다. 업체 최초로 시도한 차별화'서비스 혁신은 고객의 입장을 먼저 가슴으로 이해한 부문이다. 나눔을 위해선 출고량 1㎏당 10원씩 적립,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한다. 250여 명의 임직원들은 나눔봉사단을 구성해 봉사 및 후원, 장학금 지원 등에 앞장서고 있다.

-인생, 경영에 스승이 있다면 누구인가?

선친과 군 복무시절 부대장, 사업 선배 등 세 분이 있다. 선친께선 '신용이 밑천'이란 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정신을 심어 주셨다. 또 '남자가 앉았다 일어난 자리에선 빛이 나야 한다'는 부대장의 훈화는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사업에 먼저 성공한 선배는 노점상'포장마차 등을 전전할 때 통닭집을 개업하도록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해외사업 현황은?

2001년 서울 시장 공략에 나서 2003년 전국에 1천여 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후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7년 미국을 시작으로 태국'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6개 국가에 14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해외진출은 교촌이 프랜차이즈 사업권 및 노하우를 제공하고 해당 국가의 현지 사업자가 투자와 운영을 담당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해외에서의 고객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중국 상하이 즈텅루점은 오픈 1년 만에 40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지난 4월 오픈한 필리핀 매장 또한 현지 고객들로 북새통이다.

-세계인들에게 교촌치킨이 사랑 받는 이유는?

자국에선 접하기 힘든 교촌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맛 때문이다. 한국 고유의 마늘간장 맛이나 매운맛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프라이드 치킨만 접해 본 외국인들이 간장이나 홍고추로 맛을 낸 교촌만의 색다른 맛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발된 국내산 벌꿀로 달콤한 맛을 낸 허니시리즈 역시 빠르게 호응을 얻고 있다. 중국 상하이 매장의 경우 허니시리즈 판매 비중이 가장 높다.

또 치킨의 프리미엄 이미지도 긍정적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조리되는 메뉴, 깔끔한 인테리어, 고급화된 치킨 박스와 각종 집기 등 모든 요소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현지 고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사업의 장기 계획과 교촌의 목표는?

매장 확장보단 단 1호점이라도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해외사업의 원칙이다. 교촌이 전 세계 고객들의 입맛의 기준이 될 때까지 한 걸음씩 정성껏 우리의 맛을 전파해 글로벌 교촌을 이뤄가겠다. 세계 최대의 체인점 KFC 창업주인 커넬 샌더스는 65세의 나이에 첫 계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했다. KFC와도 한판 승부가 가능하다.

글'사진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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