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큰빗이끼벌레 전국적 상황 4대강 등 생태계 복원 필요"

최재석 강원대 교수 주장

최근 낙동강을 비롯해 4대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 생물의 인체 유해성과 생태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큰빗이끼벌레 전문가로 알려진 강원대 환경연구소 최재석 교수(사진)는 "큰빗이끼벌레가 번식하는 현상을 단순히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국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 보나 댐이 많이 지어지면서 생태계가 교란돼 생겨난 현상으로 국토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본다. 따라서 전반적인 생태계 복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지난 2008년 강원 춘천시의 연구용역을 받아 '민물 태형동물 번성으로 인한 어류 피해조사 및 제어방안'이라는 주제로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큰빗이끼벌레는 호수나 하천의 정체된 수역에서 많이 서식하는 외래 태형동물로 유속이 느리거나 수온이 따뜻하고 녹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 생물은 과거에도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서식했으며, 춘천만 해도 1990년대부터 발견됐다.

최 교수는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두 가지 관점에서 실험한 적이 있다. 하나는 독성이다. 연구 결과, 이 생물의 포자나 몸체 등에서 독성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생물이 자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최 교수는 "겉은 자라지만 속은 썩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암모니아나 질산염 등 독성가스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 독성가스가 바깥으로 유출되면서 물고기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2008년 갇힌 공간에서 이 벌레가 전체 공간의 5%, 10%, 15%를 차지하는 경우를 설정해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이 생물이 15% 이상 차지했을 때, 물고기들이 5분 안에 모두 죽었다. 그는 "이 같은 결과는 갇힌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서 일반 하천이나 호수 등에서와는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유속이 느린 곳에서 인근 물고기에게 충분히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걱정스러운 문제는 이 생물이 토속생물의 공간을 급격히 잠식한다는 점이다. 큰빗이끼벌레는 돌 틈 등 어디든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 토속생물들이 주변을 떠나게 되고 그만큼 토속생물의 서식처를 뺏는다. 최 교수는 "보나 댐을 많이 만드는 바람에 토속생물들이 대거 사라졌다. 토속생물들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데 토속생물들이 감소하니까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큰빗이끼벌레도 증가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최근 하천에 물고기 폐사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자정 능력을 갖춘 토속생물들이 크게 준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하천이 자정 능력을 회복하도록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방안은 수초가 많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수초가 많이 자라면 자연스레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어 큰빗이끼벌레와 같은 태형동물의 번식을 제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하려면 생태계의 구조학적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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