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시티/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펴냄
시카고 빈민가에 뛰어들어 10년간 갱단과 생활하며 연구했던 '괴짜 사회학'으로 세계가 주목한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가 이번에는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과 함께하며 기존의 사회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목격했다.
과거에는 계층과 지역의 경계 안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자리를 떠나 경계를 뛰어넘으며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부유하고 있었다. 저자는 뉴욕에서 새롭게 맞닥뜨린 변화의 비밀을 풀 열쇠를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지하경제에서 찾는다. 그리고 복잡한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골목길과 빌딩 숲을 부유하며 이민자와 매춘부, 사교계 명사와 거리의 마약상들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한다. 부유한 은행가의 딸이자 하버드대 출신의 재원이 성매매 브로커로 활약하고, 흑인 마약 판매상이 자신의 구역 할렘을 벗어나 소호의 갤러리를 드나들며, 상류층 자제가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면서 재능 있는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려 하고,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합법과 불법을 옮겨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급변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하는가. 뛰어난 연구자이자 관찰자인 수디르 벤카테시는 경계를 넘어 성공하는 이들에게서 몇 가지 요인을 발견한다. 바로 문화자본과 연결성, 기업가 정신이다. 그는 "문화는 뉴욕에서 제2의 통화라 할 만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하층 계급의 르포엥서 벗어나,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숨겨둔 단면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한편의 좋은 소설과 같다. 부유하는 사람들의 도전과 변화, 충돌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초상이다. 36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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